차우찬 “LG 옷 입고 첫 경기, 친정팀에 보여줘야죠”

중앙일보

입력 2017.04.0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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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왼손투수 차우찬은 11년간 뛴 삼성을 상대로 4일 선발등판한다. 새 유니폼 차림의 그는 “첫 등판에서 정말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장진영 기자]

“내게 선택권이 있다면 삼성과의 홈 개막전(4일)에 나가고 싶다.”
 
이적 후 첫 공식행사였던 지난 1월 프로야구 LG 트윈스 신년 하례식에서 차우찬(30)은 마운드 위에서처럼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말 삼성을 떠나 투수 역대 최고액인 4년 총액 95억원(구단 발표)에 LG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다.

‘FA 투수 최고액’ 차우찬 오늘 등판
‘삼성과 홈개막전 출전’ 말대로 돼
뜬공 유도 많아 잠실구장에 적합
“부담스럽기보다 재밌을 것 같아
실력 발휘, FA 계약 본보기 될 것”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새 출발을 알리는 첫 경기. 바람대로 차우찬은 4일 LG 홈(잠실구장) 개막전에서 11년간 몸담았던 삼성을 상대한다. 그와 반대로 LG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우규민(32)과 맞대결을 기대했지만 삼성 선발은 장원삼(34)이다.
 
차우찬은 “이야기(삼성전 등판)를 꺼낸 뒤 자연스럽게 (첫 등판 일정이) 정해졌다. 감독님이 따로 얘기해주지 않았지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후 돌아오니 훈련 스케줄과 시범경기 등판 일정이 4일 등판에 맞춰져 있었다”고 말했다. LG는 넥센과 개막 3연전(3월31일~4월2일)을 모두 이겼다. 차우찬의 등판은 이런 분위기와 함께 홈 개막전이라는 상징성, 최고 연봉투수의 첫 경기, 친정팀 삼성과 대결 등의 스토리까지 더해져 큰 관심이 쏠린다.
 
차우찬은 “삼성을 언젠가 상대해야 한다면 첫 경기가 오히려 편할 것 같다. 내겐 LG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첫 경기다. 정말 이기고 싶다”며 “삼성에서 뛸 때처럼 ‘힘으로’ 정면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잠실구장은 차우찬에게 딱 맞는 무대다. 지난 시즌 그는 땅볼/뜬공(146/154) 비율이 0.95였다.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 16명 중 뜬공 비율이 6번째로 높다. 잠실구장은 메이저리그 출신도 놀랄 만큼 외야가 넓다. 뜬공을 잘 유도하는 투수에게 유리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높은 코스에 후해진 스트라이크 존도 차우찬에게 유리할 전망이다. 그는 “나처럼 낮은 코스보다 높은 코스 승부가 많은 투수에게 분명 유리하다.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면) 타자들의 배트가 많이 나올 테니 투구수도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2006년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데뷔한 차우찬은 11년간 선발·불펜·마무리를 오가며 70승44패, 평균자책점 4.44를 기록했다. 묵묵히, 그리고 꾸준했던 그는 거액의 FA 계약에 성공했다. 그는 “내 마음은 계약 전후가 한결같다. 한 경기를 잘 치르고, 한 시즌을 잘 보내고 싶을 뿐이다”고 말했다. 올 시즌 목표는 선발 30경기 등판, 평균 6이닝 이상 투구다.
 
차우찬은 “부모님으로부터 건강한 몸을 물려받았다. 담배는 아예 태우지 않고, 술은 가끔 마시지만 즐기진 않는다”며 “휴식만큼 중요한 게 없다. 나는 잠을 정말 많이 자는 편이어서 좀처럼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자기 관리법을 소개했다.
 
올 시즌 LG는 2015, 16년 우승팀 두산과 맞설 팀으로 꼽힌다. 팬들은 지난해 70승을 합작한 두산 선발투수진(니퍼트-보우덴-장원준-유희관)을 일컫는 ‘판타스틱4’에 빗대, LG 선발진(차우찬-허프-소사-류제국)을 ‘어메이징4’라 부른다. 차우찬은 “기분 좋은 말이지만 우린 아직 부족하다. 우리 팀 선발들 모두 정상급 성적을 낸 적이 없다. 시즌이 뒤에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결혼보다 운동이 먼저인 것 같다.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FA 계약의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김원 기자 kim.won@ 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