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으로 야식 먹으면 어떤 일이?

중앙일보

입력 2017.04.0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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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배달이 가능한 야식 메뉴로는 치킨, 족발 등 육류가 많다. 전문가들은 육류가 과일이나 채소에 비해 치아에 부담을 준다고 경고한다. [사진 유디치과]

 
밤 11시에도 전화 한 통이면 치킨이 배달되는 ‘야식의 천국’. 한국인들이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을 소개하며 곧잘 하는 자랑이다. 그러나 출출할 땐 언제든 야식을 먹을 수 있는 천국 같은 환경이 당신의 치아 건강을 앗아갈지도 모른다. 6년간 꾸준히 야식을 먹어 온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평균적으로 치아 4개가 더 손실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습관적으로 야식을 섭취하는 직장인들은 충치·잇몸질환 등으로 치아 손실을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 [중앙포토]

 
덴마크 코펜하겐대의 제니퍼 룬드그렌 박사 연구팀은 덴마크에 거주하는 30~60세 성인 2217명의 야식 섭취 여부를 6년간 추적 조사했다. 2010년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야식을 꾸준히 섭취해 온 173명은 손실된 치아가 1인당 평균 10.3개였다. 야식을 먹지 않은 2044명(6.5개)에 비해 치아가 약 4개 더 많이 손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디치과 용인동백점 백영걸 대표원장은 “밤에는 침의 분비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야식 섭취 후 바로 양치를 하지 않으면 충치나 잇몸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낮에 비해 높다”고 설명했다. 침은 입속에서 치아의 세균을 닦아내고 입 안의 산성도를 낮춰 치아와 잇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야식을 먹고 한두 시간 내에 잠들 경우, 위산 과다 분비로 위액이 역류해 치아 부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야식 안 먹는 그룹보다 평균 치아 4개 더 손실돼
하루 섭취량 절반 밤에 몰아 먹는 '야식증후군'도
치아 손실 외에 우울증·비만 등 성인병 원인

야식이 위협하는 것은 치아만이 아니다. 1955년 미국의 앨버트 스턴커드 박사가 명명한 ‘야식증후군’은 저녁 7시 이후 식사량이 하루 전체 섭취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질환을 뜻한다. 야식증후군은 불면증·우울증과 자신감 하락 등 심리적 증상으로 나타난다. 증상이 지속되면 비만·대사질환·당뇨 등 다양한 성인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직장인 10명 중 4명이 주 3일 이상 야근을 하고(대한상공회의소, 2017) 야식 배달이 손쉬운 한국은 야식증후군의 위험에 전면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백 원장은 “야식을 꼭 먹어야 한다면 딱딱하거나 기름진 음식보다는 과일이나 채소 등 섬유질을 섭취하는 것이 낫고, 잠들기 전 반드시 양치를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