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특파원이 미리 본 트럼프 전략
오는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은 그 성과 못지않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자존심을 건 첫 일합이 주목된다. 최소 4년가량은 좋든 싫든 어깨를 맞대고 지내야 하는 상대. 좋은 파트너가 될지, 원수가 될지는 첫 만남에서 거의 정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중 정상회담 D-3
북핵 해결 위해 어떻게든
중국 성의 이끌어낼 심산
관세 폭탄 등 카드 준비
진심 떠보고, 약점 찌른 뒤
좋은 조건으로 유인할 것
시 주석을 맞이하는 트럼프의 대응은 마지막 세 번째 부류인 ‘환영 반, 견제 반’이 될 전망이다. 포옹 대신 간단한 악수를 건넬 가능성이 크다. 대신 부인 멜라니아가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과 가볍게 포옹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정상회담에 임하는 트럼프의 현 전략은 그의 저서 『협상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 나와 있는 것과 거의 똑같다.
1단계: 상대방 교란 및 진심 떠보기→2단계: 상대방 기선 제압하기, 약점 찌르기→3단계: 판 깨기 위협 뒤 좋은 조건으로 유인하기다.
실제 트럼프는 지난달 18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방중을 통해 북한 문제와 무역통상 분야에서 중국의 진의를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 이어 회담 D-7일인 지난달 30일 선제공격을 가하고 나섰다. 트위터에 “다음주 중국과의 만남은 매우 어려운 만남이 될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막대한 무역적자와 일자리 유출을 감내할 수 없다”는 경고를 올렸다. 이어 바로 다음날 아예 ▶국가·상품별로 무역적자를 초래하는 구조를 면밀히 파악하고 ▶반덤핑 관세나 상계관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을 담은 두 건의 행정명령을 내놓았다. “중국이여, 뭔가 선물을 갖고 와라”는 메시지다. 창(트럼프)과 방패(시진핑)의 일합이다.
일각 “미·북 고위급 회담 가능성”
트럼프는 어떻게든 이번 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성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심산이다. 그 카드로 사용하려 하는 게 ‘환율조작국 지정’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45% 관세 부과’다.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들지만 트럼프가 ‘진짜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어느 한쪽을 얻어내기 위해 다른 한쪽을 양보하는 ‘빅딜’을 할 공산이 크다.
다만 회담의 성패를 좌우하는 큰 변수는 “예측 불허의 트럼프와 누구보다 격식을 따지는 시 주석”(워싱턴포스트)의 스타일이 어떻게 충돌할 것인가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에번 메데이로스는 “시 주석은 보통 15~20분씩 자신의 의견을 묵묵히 길게 설명하는 스타일이라 어지간히 끈기 있는 지도자에게도 (계속 듣고 있기) 힘든 스타일”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을 가르치려 하거나 3분 넘게 이야기를 끊지 않는 상대방을 가장 싫어하는 트럼프로선 그야말로 ‘극혐(極嫌)’ 대상인 셈이다. 시 주석의 말을 계속 끊으며 회담의 흐름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는 작전을 쓸 공산이 크다.
전혀 예상치 못한 기습 대응으로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로 볼 때 북한 문제를 두고 시 주석에게 파격적 제안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도쿄의 한 고위 외교 소식통은 최근 “지난 2월 중순 트럼프를 만난 뒤 귀국한 아베 총리가 ‘트럼프가 뭔가 북한 관련 돌파구를 찾으려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 특정 시점에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내지 고위급 회담을 전격 제안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외무성 수뇌부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