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에서 '대만꽃사슴' 포획 작전 벌이는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2017.04.02 12:07

수정 2017.04.0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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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의 대만꽃사슴. 활동반경 조사를 위해 발신기를 부착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속리산의 대만꽃사슴 포획 작전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이름은 예쁜 '꽃사슴'이지만 속리산의 골칫거리기 때문이다.

공원관리공단 측은 속리산에 사는 대만꽃사슴이 1970년대에 농가에서 녹용 채취를 위해 수입해 사육하다가 산으로 탈출했던 것들의 후손으로 보고 있다.
또 80년대 후반 종교 행사 때 방사된 개체가 번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녹용채취 위해 수입됐다 탈출
모두 150여 마리로 늘어나
토종 산양.노루.고라니와 경쟁
2021년까지 모두 포획할 예정

90년대에는 속리산에서 20~30마리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법주사를 중심으로 동암골, 여적암, 만수리, 화북 일대에 모두 150여 마리가 사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보통 5~10마리씩 무리를 지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행동권(활동범위)는 1.53~2.26㎢인데, 주로 해발 400~500m 산지에서 활동한다.


멸종위기 Ι급 야생동물인 산양의 활동 고도인 400~700m와 겹친다.
더욱이 풀과 나무를 뜯어 먹는 과정에서 나무를 긁어 말라죽게 하는 등 생물종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대만꽃사슴은 적응력이 높아 노루와 고라니 등 토종 초식동물의 서식지를 잠식할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공원관리공단에서는 속리산의 고유한 생태계를 보호하고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산양이나 고유종인 노루 등 비슷한 초식동물과의 서식지 충돌을 막기 위해 포획 작업에 나서고 있다.

대만꽃사슴 포획 과정 [국립공원관리공단]

겨울철에 사료와 건초 등으로 유인한 뒤 포획 그물로 생포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공단 측은 2010년 이후 총 85마리 포획했으며, 올해도 주요 서식지와 이동 경로에 포획 그물 6개를 설치해 11마리를 포획한 바 있다.

공원관리공단 최종관 자원보전처장은 “2021년까지 대만꽃사슴을 모두 생포해 속리산 밖으로 이주시킬 계획”이라며 “포획된 개체는 계류장에서 탐방객에게 공개하거나 동물원과 복지시설 등에 기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슴과(科) 초식성 동물로 대만이 원산지인 대만꽃사슴은 목 부분과 등쪽에 백색 반점이 있으며, 수컷은 뿔을 갖고 있다.
몸 전체길이는 90~190㎝이고, 꼬리는 14㎝정도다. 체중은 40~100㎏정도다.

포확된 대만꽃사슴 [국립공원관리공단]

수명은 25년 정도이고, 임신기간은 210~223일이며, 매년 4~5월에 한 마리씩 출산한다.
한편 국립공원 생태계를 교란할 수도 있는 외래동물을 방사하는 경우 자연공원법에 따라 10만~3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