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인 잃은 ‘2층집’ … 친박단체, 오늘 대한문서 집회

중앙일보

입력 2017.04.01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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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31일 새벽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주변이 경비를 서는 경찰들만 보일 뿐 한산하다. [사진 최정동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된 31일 오후 3시 서울 삼성동 자택 앞에 파란 용달차 한 대가 왔다. 우의를 입은 중년 남성 지지자가 담 아래에 어지럽게 놓인 모포와 패딩 점퍼 등을 차에 싣기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여기서 밤을 새우며 쓰던 것들이다. 이제 그만 집에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류인근 ‘박근혜 지킴이 결사대’ 집행위원도 스타렉스 차량을 몰고 와 의자와 이불 등을 정리했다. 그는 “이제 정리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온 지난 12일부터 이 집 앞에는 적게는 10명, 많게는 수백 명의 지지자가 매일 밤샘 집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8시에는 한 명의 지지자도 없었다. 전날 아침에 300여 명이 모여 “박근혜”를 연호했던 것과 대비되는 풍경이었다. 대여섯 대 정도 설치돼 있던 언론사 카메라도 한 대만 남았다. 삼성동 주민 김현아(22)씨는 “근래 들어 저 앞이 이렇게 고요한 것은 처음 본다. 무언가 끝났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37)씨는 “늘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가게 단골들도 끊겼다. 일상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연일 밤샘 집회 열리던 자택 앞
구속 당일 지지자 떠나 텅 비어

2층짜리 자택은 박 전 대통령이 복귀한 지 19일 만에 다시 주인을 잃었다. 담장 위로 솟은 2층 창문은 커튼이 쳐진 채 굳게 닫혀 있었다. 매일 오전 7시쯤 방문했던 정송주 토니앤가이 원장 자매는 물론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도 이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영선 청와대 경호관만 오전 5시쯤 자택 안으로 들어갔다가 두 시간 뒤에 밖으로 나왔다.
 
국민저항본부(탄기국) 등 친박 단체들은 박 전 대통령 구속에 항의하는 집회를 1일 오후 2시에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한편 이날 박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최순실씨는 덤덤한 모습으로 재판을 받았다. 오전 10시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씨 등의 재판에서 최씨는 무표정한 얼굴로 변호인과 귀엣말을 나누는 등 평소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최씨의 표정이 변한 것은 증인으로 출석한 김동성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가 장씨와의 교제설을 부인하는 증언을 할 때였다. 김씨가 “장씨가 아들의 스키 코치를 좋아했다가 잘 안 되자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만든 게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다”고 말하자 최씨는 얼굴에 웃음기를 머금었다. 잠시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최씨의 변호인인 최광휴 변호사는 재판 뒤 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한 최씨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 “아마 지금 죽을 노릇일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말이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글=김나한·여성국 기자 kim.nahan@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