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노동 방식을 바꾸는 역사적인 첫걸음이다.”
노동시장 유연화 개혁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없애
시간외근로 월 45시간 제한
밤샘 근무 직장문화 바꿜 듯
기업 8%, 주 3일 휴무제 도입
일본이 28일 아베 총리 주재 회의에서 확정한 9개 분야 노동 개혁 방안의 주된 골자는 ▶비정규직에 대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 ▶장시간 노동 강제 규제 ▶고령자 취업 촉진 ▶외국인 인재 영입 장려 등이다. 시대에 뒤처진 노동시장 유연화가 목표다. 아베 정부는 연내 국회에 관련법을 제출해 2019년부터 산업 현장에서 시행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노동 개혁을 서두르는 것은 초고령화와 일손 부족이란 거대한 벽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여전히 달리는 일손을 잔업으로 메우고 있지만, 이런 현실을 고치지 않으면 생산성 향상과 경제 체질 개선은 요원하다는 위기감이 넓게 퍼져 있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3년 현재 7901만 명으로, 32년 만에 800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일본의 유효구인배율(1인당 일자리 수)은 지난 1월 현재 1.43배로 2013년 대비 60% 이상 높아졌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근로감독 대상 업체 중 43.9%가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일을 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일본 정부는 개혁 조치가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실행방안을 한층 구체화할 계획이다. 예컨대 ‘동일노동 동일임금제’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기본급과 수당 지급을 중점 관리할 계획이다. 점검 결과 정규직과 처우 격차가 발생할 경우 개별 기업에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와 책임, 근속연수 등에 객관적 차이가 없다면 기본급과 상여금을 동일하게 지급하라는 것이다.
일본 사회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장시간 업무도 손을 댄다. 원칙적으로 시간외근로를 월 45시간, 연간 360시간으로 제한하되 개별 기업에서 노사가 합의하면 연간 720시간까지는 허용할 방침이다. 성수기의 경우도 예외적으로 100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만 초과근로가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이를 어기면 벌칙을 받게 된다.
이처럼 노동 총량 규제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 노동력과 고령자를 적극 활용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단녀로 불리는 경력 단절 여성에게 적극적인 재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고령자의 은퇴를 가능한 한 늦추기 위해 만 65세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정년 연장을 장려한다.
이런 가운데 일본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노동 유연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일본에서 주 3일 이상의 휴무제 도입 기업은 의류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 일본 KFC를 비롯해 전체의 8%나 된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서울=김상진 기자 hwas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