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장대로 한국의 대미 상품수지 흑자는 2011년 116억 달러에서 2016년 232억 달러로 증가했다. 하지만 상품 무역만으로 한·미 FTA의 성과를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양국 간 무역수지는 FTA 외에도 양국의 경제구조, 산업 경쟁력, 경제상황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미흑자 FTA 덕이라는
미 행정부 일각의 부정적 관점
FTA 없는 일본의 대미 흑자
600억 달러 어떻게 설명할 건가
양국 간 경상수지의 차이는 상이한 경제구조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소득에 비해 지출이 많은 소비지향적인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인 반면 한국은 소득보다 지출을 덜 하는 저축지향적 경제구조로 경상수지 흑자를 보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이러한 경상잉여는 결국 직접투자와 국채 매입을 통해 재투자돼 미국의 경상부족분을 보전해 준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한·미 간 무역수지 차이는 FTA만 가지고 단편적으로 보아서는 안 되며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을 FTA에서만 찾는다면 미국이 FTA를 맺지 않은 일본·독일 등과의 무역에서 각각 600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는 점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지난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한·미 FTA를 통해 오히려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 폭이 완화됐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는데 불과 몇 개월 만에 전혀 다른 평가를 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무역수지에 국한된 평가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한·미 FTA를 통해 달성한 양국의 호혜적 성과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2012년 발효 이후 5년간 세계 무역이 연평균 2% 감소하는 악재 속에서도 한·미 간 무역은 오히려 연평균 1.7% 증가했다. 교역량 증가에 힘입어 한국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발효 전 2.57%에서 지난해 3.19%로 상승했고, 미국의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도 동기간 8.50%에서 10.64%까지 상승해 2006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말 그대로 양국 모두에 윈윈의 결과인 셈이다.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일자리 창출도 눈여겨봐야 한다. FTA 이후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확대되면서 발효 전에 비해 1만 명에 달하는 추가 고용이 이뤄졌다.
올해 초 태미 오버비 미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미국 업계는 여전히 한·미 FTA를 황금표준(gold standard)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미 FTA가 오늘날에도 국제 통상규범에서 여전히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은 그만큼 한·미 FTA가 포괄적이고도 높은 수준의 규범들을 담고 있는 협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미 FTA는 양국이 오랜 시간의 협상을 통해 얻어낸 산물이고 룰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공정무역이 지지를 받기 위해서라도 한·미 FTA는 재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철저한 이행의 대상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의 움직임을 철저히 모니터링하되 미리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데이터와 사실에 근거해 균형된 시각으로 FTA를 평가하고 이행하면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경제 분야가 영향을 받는 일이 없도록 경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5년 후 양국이 한·미 FTA를 다시 되돌아볼 때, 지금을 양국 협력의 제2의 출발점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진솔하고 균형 있는 평가를 기대해 본다.
신승관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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