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36은 잘 떠오르지 않는 수다. 동시에 자기 주장이 확실한 수다. 이 9단은 커제 9단에게 당장 이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만약 잇지 않으면, 우하귀 흑마를 잘근잘근 괴롭히겠다는 의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커제 9단은 순순히 굴복하기 억울한 듯 시간을 끌어보지만 흑37 외엔 방도가 없다.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 이 9단이 기다렸다는 듯 백38, 40으로 안형을 갖춘다.
한숨 돌린 커제 9단이 거친 반격에 나섰다. 삭혔던 울화를 담아 흑41로 백의 두 점 머리를 지그시 눌러간다. 여기서 이 9단은 백42로 젖혔는데, 박영훈 9단은 ‘참고도’의 진행이 우변 백을 수습하기에 더 나았을 거라고 말한다. 직관적으로도 ‘참고도’의 백 모양이 훨씬 간명하다. 실전은 흑43, 47로 백의 가운데가 뚫리면서 좀 복잡해졌다. 반전의 기세를 몰아 커제가 흑49, 51로 우변 백마를 노골적으로 주시한다. 반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데 …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