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수룩한 수염에 흰 셔츠를 고집해 입는 그는 내달 선보일 에너지·화학기업 SK이노베이션의 새 광고를 만들었다. 지난해 드로잉 작가 김정기씨에 이어 '빅 픽쳐 오브 이노베이션'(Big picture of innovation) 광고 2탄을 맡았다.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라는 그는 지난 24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물방울이 다양한 삶의 형태로 바뀌는 과정을 새 광고에 디테일하게 담았다"며 "조명·촬영 스탭 70명과 나흘간의 작업을 한국에서 최근 마쳤다"고 말했다.
내달 선보이는 SK이노베이션 광고 그려...'별이 빛나는 밤' '반고흐 자화상' 등 담은 유튜브 영상은 110만 명 이상 조회
"터키에도 에브루 작가는 많지만 기존 예술 작품을 새롭게 변형시키는 제 에브루 스타일을 눈여겨봤다고 하더라고요. 또 SK이노베이션은 원유, 석유화학, 윤활유 등의 사업을 하는 기업이이에요. 액체(liquid)를 활용해 그림을 그리는 저와 공통점이 있지요."
아이는 에브루의 장점도 설명했다. 그는 "한번의 붓질로 전체 그림이 바뀔 수 있어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불확실성이 곧 매력"이라며 "한번의 실수로 작품을 망칠 수 있어 며칠 밤을 지새우며 작업한다"고 설명했다.
아이는 인상적인 한국 상징물로 '태극기'를 꼽았다. 그는 "검정·파랑·빨강 등 다양한 색깔이 조화를 이뤘다는 점도 독특하지만, 태극기의 문양이 평화를 상징한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가요 가운데 가수 헨리의 '그리워요'를 즐겨 듣는다고 했다. 아이는 "멜로디가 신선하고 세련됐단 느낌이 들었다. 한국 가요는 남녀간 사랑을 많이 다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주황색이 어울리는 도시"=이날 인터뷰 이후엔 기자회견도 이어졌다. 한 청중이 "에블링 작업 시 왜 흰색 셔츠만을 입냐"고 묻자, 아이는 "에브루는 다양한 물감을 쓰기 때문에 주변이 쉽게 지저분해진다. '아티스트마저 지저분하다'는 편견을 주기 싫어 그렇다"고 답했다. "서울은 어떤 색깔이 어울리느냐"는 또 다른 청중 질문엔 "따뜻함(warmness)을 나타내는 주황색"이라며 "짧은 한국에서의 일정에서 많은 분들이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해줬다"고 화답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