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 전 대통령이 국론 분열, 국격 실추" 영장청구서 적시.. 실질심사 관전 포인트는

중앙일보

입력 2017.03.28 12:09

수정 2017.03.2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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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의 별지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 별지에 “박 전 대통령은 검찰조사 및 3차례에 걸친 대국민 사과 성명,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 및 이후 삼성동 사저 메시지 등에서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했다”며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통상 구속영장 청구서 별지는 범죄일람표나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가 기재된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미르ㆍK스포츠재단 및 삼성그룹 등으로부터 받은 금전이 적힌 범죄일람표가 포함됐다.
 
검찰은 피의자 및 참고인들의 진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수첩, 정호성 전 비서관의 녹음파일, 각종 문자메시지, 최순실씨 차명전화 통화내역 등에서 박 전 대통령의 범행이 입증된다고 밝혔다.
 
또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하면서 “피의자(박 전 대통령)는 정부 정책 비판 예술인, 상대 후보 지지 예술인 등을 리스트화 해 정부위원회의 위원으로 선정되지 않게 하거나 예산 지원 등을 중단 또는 삭감했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문화ㆍ예술에 대한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국민을 둘로 나눠 국론을 분열시킨 중대한 범죄”라고 설명했다.

구인장 집행 여부, 구치소서 대기할 지 등 관심

그러면서 “피의자는 국격을 실추시키고 대통령 및 정부의 운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음에도,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관계까지 부인으로 일관하는 등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앞둔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출석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심리는 오는 3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서관 321호 법정에서 열린다.
이와 관련해 4대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①실제 법원에 나오나=박 전 대통령이 나오게 되면 영장실질심사에 처음으로 출석하는 전직 대통령이 된다. 법원이 피의자를 직접 심문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영장실질심사는 1997년 도입됐다. 앞서 1995년 노태우ㆍ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은 서류 심사만 거쳐 발부됐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이 실질심사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심사에 불출석한다고 방어권 행사를 포기했다고 볼 수는 없다. 서면 심사만 한다고 영장이 무조건 발부되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②구인장 집행할까=검찰의 구인장 집행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을 영장 심사 시간에 법정으로 데려올 수 있도록 시간과 장소를 적은 구인장을 발부한 상태고, 검찰은 이 구인장을 집행해 박 전 대통령을 데려올 수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만약 안 나오겠다고 하면 (강제 구인 여부를) 그때 가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③구치소서 대기?= 법원에서 영장실질 심사를 마친 후 결과를 기다리는 장소도 주목된다. 현재 법원이 발부한 구인장의 ‘유치 장소’를 기재하는 칸은 아직 비어 있다. 대면 또는 서류 심사를 마친 뒤 재판부가 유치할 장소를 기재하는데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피의자는 일반적으로 검찰청에 마련된 유치 장소에 머문다. 지난달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불체포 상태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은 "특검팀 내 유치 시설로 지정해 달라"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요구를 거절하고 서울구치소를 유치장소를 지정했다. 특검팀 사무실 내 시설이 유치 장소로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④법리 공방=검찰은 영장 심사에서 공범과의 형평성 및 증거인멸 우려 등을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영장 청구서 별지에는 “피의자의 지시에 따라 구체적 범행을 한 안종범, 정호성, 김종덕, 조윤선 등도 구속됐다. 구속된 공범들과 관련자들에 비하면 박 전 대통령의 책임과 비난 가능성은 더욱 중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검찰은 “영향력을 행사해 입을 맞추거나 증거를 조작할 우려가 매우 높고 수사 및 재판 불응 등 도주의 우려도 있다”고 청구서에 적었다. 
 
반면 박 전 대통령 측은 거의 모든 혐의 부인하며 증거인멸 가능성도 없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 한 인사는 “박 전 대통령 측은 공범들이 구속된 채 재판 받는 등 수사가 증거 수집 단계를 이미 지나 증거 인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반박할 수 있다”며 “또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을 고려할 때 구속은 부적절하다는 논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