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약 500만 명은 혼자 산다. 이들은 종종 끼니를 거르고 조촐한 반찬으로 대충 식사를 때우는 경우도 많다. ‘혼밥(혼자 먹는 밥)’과 관련한 흥미로운 조사 데이터가 있다. 글로벌 정보분석 기업 닐슨코리아는 지난해 1월부터 올 1월까지 국내 온라인 블로그와 카페,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글 가운데 ‘혼밥’에 관한 콘텐트 28만4000건을 분석했다.
그랬더니 이들은 혼자 밥을 먹을 때 ‘맛있다’(1만8000건), ‘괜찮다’(8816건), ‘편하다’(8106건), ‘힘들다’(6395건), ‘행복하다’(4161건), ‘귀찮다’(4032건), ‘외롭다’(3932건) 순으로 느꼈다. 혼자서도 맛있고 행복하게 밥을 먹는 혼밥러도 있지만 힘들고 귀찮아 하는 혼밥러도 많다는 것. 실제로 혼밥러에겐 매끼 정성스레 밥상을 차리는 것부터 힘든 일이다.
쉽고 간단한 조리만으로 그럴싸한 밥상을 차릴 수 있는 즉석 조리식품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 때문. 요즘 출시되는 제품들은 일반 가정식이나 음식점 요리에 버금가는 맛과 식감을 내세우며 혼밥러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과연 그 수준은 어느정도일까? 최근 혼밥러의 밥상에 자주 오르는 인기 식품 3종을 선택해 전문가 2인과 함께 직접 맛을 봤다.
미스꼬레아 가마솥 김치볶음밥 임진영 대표
매콤한 닭갈비 소스와 고슬고슬한 햅쌀밥, 국내산 닭고기와 채소로 엄선한 재료라 건강한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다만 닭갈비·채소가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점심에 혼자서 그럴싸하게 요리된 밥을 먹고 싶을 때 이 제품을 추천한다.
제품 설명서에 써 있는 것보다 휘슬이 조금 늦게 울려도 당황하지 말자. 최적의 맛있는 요리가 준비되는 타이밍이라니 조금만 더 참고 전자레인지에서 최대 1분 더 있으면 경쾌한 휘슬소리가 들린다. 따끈따끈한 고추잡채가 완성됐다는 신호다.
생면이 든 CJ제일제당의 ‘정통 중화 짜장면’은 기름에 튀기지 않고 쪄낸 면발이라 시중의 짜장라면 제품보다 덜 느끼하고 더 촉촉하다. 먹고 난 후 입안에 남는 풍미도 나쁘지 않다. 늦잠 자고 일어난 일요일, 이 제품만 있으면 가스레인지도, 냄비도, 설거지도 필요없다.
한 줄 평 춘천에 가지 않고도 춘천 닭갈비 볶음밥을 내 집 안방에서 편하게 즐기고 싶을 땐 하림의 ‘춘천식 닭갈비 볶음밥’을, 중국집에선 엄두도 못 냈던 1인분 중국요리를 즐기고 싶을 땐 대상 청정원의 ‘사천식 고추 잡채’를, 일요일 아침 풍미 가득하고 탱글탱글한 짜장면이 당길 땐 CJ제일제당의 ‘정통 중화 짜장면’을 추천한다.
혼밥대마왕 청춘여가연구소 정은빈 소장
냉동식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밥알 식감이 알알이 살아 있다. 식당에서 닭갈비를 먹은 뒤 휘리릭 볶아낸 철판볶음밥의 고슬고슬한 느낌이다. 탱글탱글한 식재료의 질감을 느끼며 후후 불어 한 입씩 떠먹다 보면 어느새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된다.
중국요리가 당기는 휴일 낮에 1인분 음식만 배달시키기가 부담이 된다면 CJ제일제당의 ‘정통 중화 짜장면’을 추천한다. 불에 막 볶아낸 것 같은 짜장의 향기가 입맛을 돋운다. 탱탱하고 쫄깃한 면발이 신의 한 수다. 1회용 컵용기 음식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짜장 면발이 탱탱하다. 뜨거운 물을 따라내기 전에 면발을 물 안에서 한 번 저어주면 면발 식감을 더 탱탱하게 살릴 수 있다.
한 줄 평 점심에 메뉴 고민하지 않고 기분을 전환하고 싶다면 하림의 ‘춘천식 닭갈비 볶음밥’을, 저녁에 출출하고 맥주 한잔이 생각난다면 대상 청정원의 ‘사천식 고추잡채’를, 중국집에서 짜장면 1인분을 배달하기 부담스러울 때 불에 막 볶아낸 짜장의 향기를 집에서 느끼고 싶다면 CJ제일제당의 ‘정통 중화 짜장면’을 추천한다.
중앙일보 라이프트렌드 팀
닭갈비 소스와 참기름이 풍부해 매콤하고 고소하다. 다만 2인분치고는 양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또 닭고기 양이 조금 아쉽다. 대상의 ‘사천식 고추잡채’를 먹기 전 이름만 봤을 때는 중국 사천식 전통요리 맛을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먹어 보니 두반장의 매콤한 맛이 한국인의 입맛에 더 잘 맞는 것 같다. 돼지고기가 꽤 많이 들었다. 홍피망·청피망·죽순채는 아삭한 식감을, 돼지고기·표고버섯은 부드러운 식감을 낸다.
밥·꽃빵이나 술과 곁들이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전자레인지에 1분20초~2분간 조리하면 용기 상단이 돔처럼 부풀고 밸브가 열리면서 휘슬 소리가 울린다. 15초 이상 울리면 조리가 완성되는데 그 소리가 식욕을 자극한다. CJ제일제당의 ‘정통 중화 짜장면’(사진)은 시판하는 짜장면 제품 가운데 중국집의 짜장면 맛·식감·향과 가장 비슷하다.
정통 중화 방식으로 볶아낸 짜장소스 맛이 진하다. 짜장소스가 23.1% 들어 있는데 전체적으로 짠 느낌이 있다. 중국집에서 먹는 짜장면처럼 완두콩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면을 고온스팀으로 쪄내 탱글탱글하다. 중국집에 전화하기조차 귀찮을 때 전자레인지에 휘리릭 돌려 먹으면 되는 간편한 짜장면이다. 다만 꽤 큰 컵 용기를 냉장 보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한 줄 평 바쁜 직장인이 점심시간에 밖에 나갈 시간이 없을 때 밥이 당긴다면 하림의 ‘춘천식 닭갈비 볶음밥’을, 여럿이 밥을 먹을 때 그럴싸한 반찬 하나 정도 놓고 싶다면 대상 청정원의 ‘사천식 고추잡채’를, 휴일 낮잠 자고 일어나 중국집의 짜장면 맛이 그리울 땐 CJ제일제당의 ‘정통 중화 짜장면’을 추천한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조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