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맥락에서 창조경제의 핵심 아젠다인 벤처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정권과 관계없이 국정의 주요 과제로 지속돼야 한다. 글로벌 선진강국들도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이 지속되는 새로운 경제환경을 맞이해 저마다 벤처창업 확산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이다.
세제·입지·자금 지원 위한 ‘벤특법’
외환위기 이후 침체기 극복 이끌어
성장궤도 오른 기업도 규제 완화
한국경제 성장동력으로 키워야
20년 전 벤처정책이 수립될 시점엔 벤처기업에 대한 개념도 정립되지 않았고 벤처업계도 대부분 창업초기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현재 벤처업계의 현황은 이전과 매우 다르다. 그동안 9만개 가까운 벤처확인기업(현재 3만3000여개)이 배출됐고, 그 중 매출 천억원이 넘는 470여개 벤처기업도 일자리창출과 국가경제 성장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향후 3기 벤처정책은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달라져야 한다.
우선 벤처기업의 개념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올바른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흔히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초기창업기업)을 비슷한 개념으로 혼용하지만 사실 벤처기업은 성장단계에 따라 스타트업단계 벤처와 성장단계 벤처, 그리고 크게 성공한 유니콘형 벤처기업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은 모두 규모에 따른 구분이 아닌 벤처의 핵심가치인 혁신성에 기반한 벤처기업이다. 삼성, 엘지, 현대차보다 시가총액이 훨씬 많은 구글과 애플, 아마존 그리고 페이스북은 창업한지 20~40년이 지나도 여전히 자타가 벤처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혁신을 이루려는 의지가 있고 도전하는 벤처정신이 있다면 벤처기업으로 인정해야 한다. 네이버, 카카오, 휴맥스, 넥슨, 엔씨소프트 같은 조가 넘는 매출을 하는 기업도 속성상 벤처기업이다. 전체 벤처 생태계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씨앗을 뿌리는 단계의 스타트업벤처 확산정책과 지원 기업의 수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이후 단계의 다양한 스펙트럼의 벤처기업 군들이 단계별로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의 질적 전환과 더불어 사회적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
스타트업 벤처기업에게는 자금지원이 절실하지만 성장궤도에 오른 벤처기업에게는 규제를 완화하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기존의 벤특법이 개별 기업에 대한 세금혜택이나 자금투자를 통해 스타트업 벤처기업을 많이 늘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제3기 벤처정책은 벤처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벤처생태계를 구성하는 민간의 자생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들 주역들도 벤처기업이다. 특유의 빠른 실행력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무기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파도를 유연하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산업과 제도의 칸막이를 없애고, 상호존중의 경쟁체제와 아이디어 가치가 존중되는 벤처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외에도 10년 한시법인 벤처특별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도 필요하겠다.
2017년은 벤처특별법 제정 이후 20년을 맞이하는 해이자 제3기 벤처정책을 준비해야 하는 해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벤처기업이 한국경제의 핵심적인 성장 동력으로 4차 산업혁명에 발 빠르게 진입하고 선도할 수 있도록 벤처기업인 모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크루셜텍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