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맞게 대입 전환을
입시의 공정성은 ‘부모의 도움 없이’ 또는 ‘경제력 또는 권력의 지원 없이’ ‘본인의 실력만으로’를 뜻한다. 정유라가 고교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아도 청담고를 졸업할 수 있었던 것도, 이화여대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의 실력보다 외부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외부의 지원이 가능한 대입 전형은 ‘금수저’ 전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리셋 코리아 교육분과 제안
상대평가는 남보다 잘해야 경쟁
절대평가는 내가 잘하면 돼
사교육 오히려 줄일 수 있어
오지선다형도 서술형으로 가야
4차 산업혁명 대비할 역량 키워
이에 따라 교육분과 위원들은 “장기적으로 오지선다식 평가에서 논술·서술형 평가로 전환하되 올해 중3 학생들이 대학 입시를 치르는 2021학년도 수능에서는 평가 방식을 현행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1~2점 차이로 등급이 갈려 대입 당락이 결정되는 일이 줄고 경쟁이 완화돼 사교육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수능에서 한국사가 처음으로 절대평가로 치러졌으며 1등급 비율이 전체 응시 인원의 20%를 넘었다. 2018학년도 수능에선 영어가 처음으로 절대평가로 전환된다. 이화성 창덕여중 교장은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내가 잘하는 것보다 남보다 잘해야 하는 경쟁에 휘말린다”며 “현행 수능의 선다형과 상대평가는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완(미래교육연구원장) 위원도 “절대평가와 5등급제 도입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교과당 9등급, 최대 72등급으로 변별력 충분
절대평가 도입의 최대 장애물은 변별력 확보 문제다. 누구나 다 1등급을 받는 상황에서 대학이 어떻게 학생을 선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시절 수능 점수 폐지와 9등급제가 도입되면서 변별력 확보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절대평가로 전환됐거나 될 예정인 한국사와 영어 외에 수학·국어·통합사회·통합과학에도 9등급을 도입한다면 6개 교과에 9등급, 최대 54등급이 나온다. 여기에 사회와 과학에서 각각 선택과목을 추가하면 최대 72등급으로 늘어나 수능 변별력은 충분히 확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전 과목 1등급이면 합이 8등급이고, 모든 과목이 9등급인 학생은 합이 72등급이 나오므로 등급 합의 최소와 최대 사이의 구간은 65가지가 나온다는 것이다.
변별력 요구는 대학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본고사가 재현될지 모른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김경근(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위원은 “대학이 선발에 올인하기보다 어떻게 가르쳐 사회에 보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양영유 논설위원, 강홍준 사회선임기자, 전민희 기자 yang.young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