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당장은 헌법 위의 법이자 규정이며 치국 이념의 정점이다. 여기에 통치 이념을 넣는다는 것은 시 주석의 생각이 국가이며 법이라는 함의를 가진다. 기존의 관례와 통치의 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컨대 지금까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10년의 주석 임기, 7상8하(七上八下·정치국 상무위원 선임 시 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묵계, 격대지정(隔代指定·현 지도자가 차차기 지도자를 지명하는 제도) 등이 사문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권력 대척점에 있었던 저우융캉 전 정법위 서기와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 쉬차이허우와 궈보슝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을 모두 제거하면서 황제의 권력에 가까운 1인 권력 체제를 굳히고 있는 거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마오쩌둥 반열 오른 듯
마오가 생전에 ‘반신(半神)’의 대우를 받아
바야흐로 중국은 시진핑 천하
그렇다면 시진핑 1인 권력체제는 순항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그 우려 역시 당장에서 나온다. 현재의 당장은 모든 종류의 개인숭배를 금하고 있다. 수백만 명의 목숨과 인권을 유린한 문화대혁명이 마오에 대한 맹목적 개인숭배와 무관하지 않다는 공감대에서 삽입된 조항이다. 한데 시 주석의 권력이 강화되면 필연적으로 개인숭배에 가까운 통치 문화가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 반대파가 노리는 바다.
실제로 시 주석과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 간 불협화음이 잦다는 소문이 흘러나온다. 시 주석의 측근인 왕치산(69) 기율위 서기가 연말 당대회에서 '칠상팔하' 관례를 깨고 상무위원에 유임될 경우 당내 반발도 예상된다. 장쩌민 전 주석을 중심으로 한 원로와 상하이방이 당 대회를 벼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때문에 올 7월 말 열릴 것으로 보이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중국 지도부가 매년 여름 허베이성 베이다이허에서 피서를 겸해 여는 회의) 결과를 지켜봐야 시 주석 체제의 정착 여부를 알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권력 투쟁은 시 주석이 8부 능선을 장악한 가운데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시진핑은 뭐든 거칠게 몰아부칠 게 뻔하다. 물론 그 폭력적 언행으로 중국이 원하는 중화부흥을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개정은 수시로 이뤄졌다. 1945년 7차 당 대회에서 당장에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더불어 '마오쩌둥(毛澤東) 사상'이 지도 사상으로 들어갔다. 이어 남순강화(南巡講話)를 통해 개혁개방을 주도했던 '덩샤오핑(鄧小平) 이론'이 1997년 15차 당 대회에서 당장에 공식 지도 사상으로 자리 잡았다. 2002년 16차 당 대회에서는 장쩌민(江澤民)의 '삼개대표론(三個代表論)'도 당의 지도 사상 반열에 올랐다.
노동자뿐만 아니라 사영기업가를 포함한 '선진 생산력'을 대표하는 계층도 공산당에 입당할 기회를 연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 받는 이론이다. 2012년 제18차 당 대회에서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의 '과학적 발전관'이 당장에 들어갔다. 그러나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은 각각 이름이 빠진 채 '삼개대표론'과 '과학적 발전관'이라는 지도이념으로 포함됐다.
특히 후진타오의 과학적 발전관은 당장에는 들어갔으나 헌법에 삽입되지도 못했다. 결국 연말 당 대회에서 '시진핑 사상'이라는 명칭이 확정되고 당장에 삽입되면 '마오쩌둥 사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역사적 지위를 갖게 된다는 게 중국의 정치평론가인 장리판(章立凡)의 분석이다.
차이나랩 최형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