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는 신차 및 첨단기술 시험을 전담할 르노그룹의 차량 시험 센터를 대구에 구축하기로 대구시·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KIAPI)과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23일 발표했다. 신축할 차량 시험 센터는 르노삼성차뿐 아니라 르노차가 앞으로 출시할 신차의 각종 시험을 수행한다. 르노차가 아시아에 차량 시험 센터를 만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이번 센터 구축으로 르노삼성차의 그룹 내 입지가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서 개발 신차 각종 성능 테스트
아시아 지역에 시설 구축은 처음
자율차·전기차 등 첨단연구도 병행
르노삼성차 입장에서도 효율성이 높아졌다. 이번 시험 센터를 구축하기 전까지 르노삼성차는 신차를 출시하기 전 루마니아에서 시험을 진행해왔다. 국내에 유럽 수출용 시험 설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내에 있던 시험 설비도 경기도 화성, 부산 공장 등으로 흩어져 있어 효율성이 떨어졌다.
르노그룹은 닛산을 포함한 그룹 내 전 세계 공장을 경쟁시켜 경쟁력 높은 곳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센터 유치는 르노그룹 안에서 달라진 르노삼성차 위상을 잘 보여준다. 앞서 르노그룹은 지난해 12월 “앞으로 르노그룹이 출시하는 모든 프리미엄(고급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개발 프로젝트를 르노삼성차 중앙연구소가 맡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자동차 회사가 글로벌 자동차 업체 특정 차종의 연구개발(R&D)을 전담키로 한 건 처음이었다.
‘SM6(해외명 탈리스만)’ 개발 과정에선 디자인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중앙 연구소 내 ‘르노 디자인 아시아’가 개발을 주도한 SM6 디자인은 국내·외에서 호평받았다. 1997년 출범 당시 12명으로 시작한 디자인 아시아엔 현재 50명의 디자이너가 일한다. 르노그룹 프랑스 파리 본사 디자인 스튜디오에 이어 두번째 규모다.
부산 공장은 2014년부터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 생산을 해왔을 정도로 르노그룹의 글로벌 SUV 생산기지로 제 몫을 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엔 메간·에스파스·알핀 같은 르노차에 장착할 신형 1.8L 가솔린 엔진 생산 물량을 따왔다. 여기서 만든 엔진은 프랑스·스페인에 있는 르노 그룹 해외 공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은 “장기간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도 R&D·디자인 투자에 소홀하지 않았던 노력이 최근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 국내 시장 성공에 자만하지 않고 해외 수출에도 적극 뛰어들겠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