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전례를 살펴보면 북·중 관계에서 겉과 속이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중국은 북한 비핵화 해법의 중요한 일부분이지만 비핵화를 가로막는 문제의 원천이기도 하다. 이러한 딜레마를 탈피하려면 우리는 단기 정책의 틀을 설정해 유엔의 대북(對北)제재를 중국이 준수하도록 유도하고 북한 비핵화가 중국의 직접적인 국가 이익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중국은 북핵의 해법이자 문제
북한에 대한 인내심 한계 도달
비핵화를 중국 국가 이익으로
만들 단기 정책의 틀 개발해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38선을 넘어(Beyond Parallel)’ 프로젝트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화가 났다는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했다. 우리는 한국전쟁 이후부터 지금까지 63년간 북한·중국 사이를 오고 간 고위급(장관급) 인사 방문을 기록했다. 중국 측의 경우 우리는 ‘고위급’을 중국 외교부장과 중국 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장 이상의 인사로 정의했다. 중국 고위급에 상응하는 지위의 북한 인사들을 북한의 고위급으로 정의했다.
1953년 이후 공식 자료에 나타난 북·중 고위급 방문은 총 161회다. 데이터에 따르면 김정은-시진핑 시대의 고위급 방문 횟수는 상당한 정도로 줄어들었다. 김정은 시대에 북한 고위급 인사가 중국을 방문한 연간 평균 빈도는 1.8회, 중국의 경우는 1.25회였다. 반면 김정일-후진타오(胡錦濤) 시대에는 연간 평균 빈도가 각기 4.8, 6.6회였다. 연간 평균 빈도상으로 현 시기는 북·중 관계에서 최악이다.
우리의 데이터는 중국이 김정일 시대에 북한의 하향식(下向式, top-down) 개혁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확실하게 알려준다. 중국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에게 자동차·광섬유·휴대전화·태양광패널·LCD 공장, 소프트웨어 연구센터, 정보기술(IT) 단지를 시찰하게 했다. 김정은 시대에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베이징 당국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위한 노력을 김정은 시대에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중국 측의 주장처럼 북·중 관계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특수관계’에서 ‘정상 관계’로 바뀌었다는 것을 입증한다. 김정은 시대에는 북·중 정상회담이 한 번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장관급 교류도 줄어들었다. 하위급 교류가 있었더라도 한쪽 혹은 양쪽이 고위급 교류를 거부했다는 사실은 북·중 관계가 내리막길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중국은 위기 상황에서 고위급 접촉을 유지하려는 열의를 상실했다. 2006년 북한의 제1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11일 이내에 고위급 방문단을 파견했다. 2009년 5월 제2차 핵실험 이후에는 중국 고위급의 북한 방문 혹은 북한 고위급의 중국 방문을 통한 접촉 개시일은 120일까지 늘어났다. 제5차 핵실험 이후에는 아직까지 고위급 방문이 없었다. (3월 1일 이길성 외무성 부상의 방문은 그가 차관급이기 때문에 ‘고위급’(장관급)의 정의를 벗어난다.)
이처럼 수치로 나타나는 북·중 관계의 쇠퇴는 한국이나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을 고무시킬 만하다. 중국인들은 북한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고 있다. 이는 베이징과 전략적으로 보다 긴밀하게 협업할 기회를 의미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리들은 지난달 북한산 석탄을 수입하지 않기로 한 중국의 결정에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