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왕'은 김종인 의원, '골동품왕'은 손혜원 의원

중앙일보

입력 2017.03.24 00:01

수정 2017.04.0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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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4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상위 5% 안에 드는 부자인 걸로 나타났다.
 
본지가 데이터 공개 운동을 펼치고 있는 '코드나무'의 도움을 받아 23일 정부가 공개한 고위 공직자 2351명 전원의 재산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평균 재산은 17억1200만원이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재산이 10억원 이상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4.5%에 불과했다. 2016년 현재 전 국민의 평균 재산은 3억6200만원, 고위 공직자는 일반 국민의 5배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고위공직자 중 상위 10%(235명)의 평균 재산은 80억원이 넘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연례보고서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현재 한국의 부자 18만2000명의 평균 재산은 51억여원. 고위공직자 상위 10%는 전체 국민 0.4%보다 재산이 많다는 뜻이다.


고위 공직자 2351명의 전체 데이터를 확인하고 싶으면 이미지를 클릭하세요.

부자 톱 5 중 3명은 주식왕, 나머지는 토지왕과 건물왕


재산이 많은 고위 공직자 TOP 5 (단위:원)
순위이름직위재산 규모
1김병관국회의원1678억8600만
2김세연국회의원1558억8500만
3안철수국회의원1195억5300만
4박덕흠국회의원507억6300만
5박정국회의원229억9300만
 
가장 재산이 많은 고위 공직자는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1678억8600만원)이었다. 이어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1558억8500만원),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1195억5300만원) 등의 순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주식 부자'라는 점이다. 세 의원의 재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84.5~90%에 달했다. 


세 의원이 가진 주식은 자신이 창업했거나 선대가 창업한 회사의 주식이었다. 김병관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웹젠과 안랩은 자신이 창업했거나 자신이 창업한 회사가 인수한 회사의 주식이다. 김세연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DBR동일과 동일고무벨트 주식은 할아버지 고(故) 김도근 회장이 창업한 회사다.


이들의 뒤를 이어 부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공직자는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과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서울시 공무원 출신으로 1983년 건설업계에 띄어든 박덕흠 의원은 전체 재산의 64%가 토지였다. 박정어학원을 설립한 박정 의원은 전체 재산의 95%가 건물이었다. 박 의원이 가지고 있는 건물은 서울 상암동에 있는 트루텍빌딩으로, 공시가액만 300억원에 달한다.
 
 빚부자 TOP 5 (단위:원)
순위이름직위빚 규모
1권영택경북 영양군수59억8300만
2최수일경북 울릉군수25억1900만
3진선미국회의원14억2800만
4한선화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9억9400만
5이금순통일교육원장7억7100만
 
빚이 가장 많은 고위 공직자는 권영택 경상북도 영양군수였다. 권 군수의 빚은 59억원으로, 1년 사이 25억6400만원이 늘었다. 권 군수 측은 씨앤에이건설에 대한 보증 채무가 늘어나고 관련 이자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씨엔에이건설은 권 군수가 2006년 군수 취임하기 전 대주주로 있던 회사(구 태화건설)이다. 


권 군수 다음으로 빚이 많은 건 최수일 경상북도 울릉군수(25억1900만원)였다. 최 군수는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빚 30억원을 고위로 누락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그는 "사업을 하던 형이 명의를 빌려 빚을 졌다"고 해명한 바 있다. 진선미 더민주당 의원도 14억2800만원 가량의 빚이 있다고 신고했다. 진 의원의 빚은 배우자의 회사 관련 연대채무가 대부분이다.
 
주식왕은 재산 줄고, 부동산왕은 재산 늘고
 
재산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고위공직자 TOP 5 (단위:원)
순위이름직위감소 재산 규모
1김병관국회의원662억4700만
2안철수국회의원433억7500만
3권영택경북 영양군수36억200만
4박덕흠국회의원31억8000만
5이혜정한국한의학연구원장29억4200만
 
1년 사이 재산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고위 공직자는 재산 순위 1, 3위인 김병관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었다. 각각 약 662억5000만원, 433억7000만원의 재산이 줄었다고 신고했다. 김 의원와 안 의원이 보유하고 있는 웹젠 주식(943만5000주)과 안랩 주식(186만주)의 평가액이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재산 순위 2위인 김세연 의원은 재산이 줄어든 고위 공직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김 의원도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김병관 의원과 안철수 의원과 달리 IT업체가 아닌 제조업체 주식이라 주가 등락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주식 외에 259억8600만원 상당의 건물과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안철수 의원은 자신이 전세로 살고 있는 서울 상계동의 아파트와 임차한 지역구사무실 보증금 3억6500만원을 제외하곤 부동산이 전무했다. 김병관 의원 역시 부모가 가지고 있는 전답·건물과 본인과 배우자가 임차하고 있는 전세 보증금 등을 제외하면 부동산이 없다.
 
재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고위 공직자 TOP 5 (단위:원)
순위이름직위증가 재산 규모
1이종필서울시의원62억2700만
2김용대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31억3900만
3이은주경기도의원29억4300만
4박희진대전시의원24억900만
5김두철기초과학원장22억6600만


재산이 줄어든 고위 공직자들이 주식 때문에 피해를 봤다면 재산이 늘어난 이들은 대부분 부동산 덕을 봤다. 1년 사이 재산을 62억원이나 불린 이종필 서울시의원의 경우 서울 이태원동에 보유한 주상복합 건물의 가격이 올라갔고, 22억원이 늘어난 김두철 기초과학원장은 자신이 살던 아파트가 재개발되며 값이 6억원대에서 16억원대로 뛰었다. 김 원장이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는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로, 재건축 이후 3.3㎡당 매매가격이 7800만원까지 치솟았다.


1년 사이 재산이 31억원 늘어난 김용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배우자의 예금(상속 및 임대 소득 저축)이 크게 늘었고, 29억원이 늘어난 이은주 경기도의원은 아버지가 경기도 화성의 건물을 매입하며 재산이 급증했다.
 
'금(gold)왕'은 김종인 의원, '골동품왕'은 손혜원 의원
 
재산 종류별로 살펴보면, 공직자 개개인의 특색이 뚜렷히 나타난다.
 
 "이 분야는 내가 1위"...재산 종류별로 나눠보니 (단위:원)
재산 종류이름직위재산 규모
금(gold)김종인국회의원3억6900만
보석류성중기서울시의원1억7900만
골동품?예술품손혜원국회의원28억1800만
현금최영진부산시의원11억3000만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을 유독 사랑했다. 김 의원이 보유한 24K 금은 3억6000만원 상당으로, 고위 공직자 중 가장 많은 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의 전체 재산(86억5400만원)의 4.3%가 금이다.
 
보석왕은 성중기 서울시의원이었다. 성 의원은 1억7900만원 어치의 보석을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까르띠에 시계 4개 가격만 따져도 6300만원이었다.
 
골동품왕은 손혜원 의원이었다. 손 의원이 신고한 골동품 및 예술품은 총 28억1800만원 상당으로, 전 재산(45억8500만원)의 61.5%를 차지했다. 손 의원은 한국나전칠기박물관장으로, 보유하고 있는 골동품 및 예술품도 대부분 칠기였다.
 
'현금왕'은 최영진 부산시의원이었다. 최 의원은 11억3000만원을 현금으로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전체 재산(22억1933만)의 51%가 현금이었다. 
 
기사=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개발=전기환·원나연 
디자인=김하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