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99% 오른 2178.38에서 거래를 마쳤다. 2011년 7월 8일(2180.35) 이후 5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던 2011년 5월 2일(2228.96)보다 50.58포인트 낮을 뿐이다. 달러당 원화가치 역시 강세다.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1120.3원에 마감하며 1110원 선을 넘보고 있다. 100엔당 원화가치도 993원까지 올랐다.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에
외환당국 시장 개입 꺼려
환차익 노린 투기 세력 몰려
주식 저평가 된 것도 한몫
외국인 5조원어치 순매수
코스피 사상 최고치 눈 앞
이런 외국인 투자자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황건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폭과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계기로 사라졌다”며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리스크(위험)를 선호하는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황 국장은 “선진국보다 시장 규모가 작으면서도 건전성은 다른 신흥국에 비해 양호한 한국 주식시장에 외국인 투자가 몰렸고, 대만의 주식·외환시장도 같은 이유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한국 원화값 상승의 미스터리가 완전히 풀리진 않는다. 신흥국·선진국을 통틀어도 원화 강세가 유독 심해서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7일까지 달러화 대비 한국 원화가치는 5.27% 올랐다. 브라질(3.91%), 대만(3.9%), 일본(2.62%), 유로존(2.53%), 영국(1.17%)을 크게 웃돈다. 원화보다 값이 더 오른 통화는 호주 달러화(6.55%) 정도밖에 없다.
시장 전문가는 원화값 상승의 또 다른 원인을 제기한다. 4월로 예정된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 지정 여부에 따른 시장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유세 기간 동안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2.4%(2016년 추정)다. 문제는 한국의 이 비율이 7.1%나 돼 한국도 미 재무부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개인투자자가 섣불리 뛰어들기엔 변수가 여전히 많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 프랑스 대선 같은 정치·경제적 변수가 4~5월에 많아 지금의 달러화 약세, 원화 강세 흐름도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며 “미국에 유학한 자녀에게 달러를 송금하려면 천천히 해도 괜찮지만 시장의 변동성이 워낙 강해서 크게 이익을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엔화 투자·송금도 마찬가지다. 하 연구원은 “최근 일본은행(BOJ)이 현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간다고 했기 때문에 달러화와 연동해 움직이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되겠다”고 말했다.
조현숙·이새누리 기자 newea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