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검찰 조사를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삼성동 자택을 나와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할 때까지 탄 차량은 '에쿠스 리무진(사진)'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정·재계 고위인사가 즐겨타는 차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역대 대통령 최초로 국산차를 타고 취임식에 등장했다. 현대자동차가 2009년 청와대에 기증한 에쿠스 리무진 방탄차였다. 해외 순방을 다닐 때도 이 차를 애용했다. 한국 자동차의 기술력을 세계 각국에 보여 준다는 측면도 있었다. 에쿠스 방탄차는 소총ㆍ기관총은 물론 수류탄ㆍ지뢰 공격에 견딜 수 있도록 방탄섬유 복합소재를 곳곳에 적용했다. 터져도 시속 80㎞로 달릴 수 있는 특수 타이어를 탑재했다. 방탄유리 두께는 7㎝가 넘는다. 5L 가솔린 엔진을 얹고 최고 출력 430마력의 성능을 낸다. 박 대통령의 브라질 순방 때는 현대차 브라질 법인에서 에쿠스 방탄차를 제공하기도 했다.
재임 때 즐겨타던 '에쿠스 방탄차' 아냐
탄핵 이후 전직 대통령 예우 박탈
전직 대통령들 수입 의전차 즐겨타
에쿠스 리무진은 오랫동안 국산 최고급 세단의 자리를 지켜오다 2015년 '제네시스 EQ900'이 등장하면서 자리를 넘겨줬다.
역대 대통령은 기술력 등의 문제로 수입 방탄차를 즐겨 탔다. 1980년대까진 미국 차가 대세였다. 첫 방탄차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받은 캐딜락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캐딜락 프리트우드 68을 방탄차로 개조해 사용했다. 전두환ㆍ노태우ㆍ김영삼 전 대통령은 캐딜락과 링컨 콘티넨털 리무진을 번갈아 탔다.
이후 취임한 대통령은 독일 차를 주로 탔다. 김대중ㆍ노무현ㆍ이명박 전 대통령 땐 메르세데스-벤츠 S600L 풀만가드를 애용했다. S클래스를 방탄차로 개조한 차량이다. 문짝 무게만 100㎏에 달한다. 총격은 물론 화재ㆍ가스 테러에도 안전하도록 설계했다. 가격은 10억원 이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방탄차인 BMW 시큐리티 760Li도 즐겨 탔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