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후에 먹는 음식인 디저트가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모양, 이국적인 식재료를 넘어 최근에는 부족한 영양까지 챙길 수 있는 건강 디저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심리적인 충족감, 스트레스 해소 기능을 넘어 신체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디저트의 세계를 엿본다.
최근 식사 후 즐기는 디저트에도 건강 요소를 따지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평소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한 식사·후식을 선택하려 한다’고 말한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 중 2014년 62.8%, 2015년 64.2%로 늘었다.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1인 가구가 많아진 것도 건강 디저트 선호의 원인으로 꼽힌다. 나 홀로 밥을 먹는 이른바 ‘혼밥족’은 끼니를 거르거나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대충 때우는 경우가 많다 보니 건강 디저트로 부족한 영양을 채우려는 경향이 많다.
익히지 않은 ‘로 푸드’
혼밥족 증가, 슬로 라이프 추세
본연의 맛 즐기며 영양분 섭취
제철 과일·채소 쓴 디저트 인기
로 푸드의 대부분은 밀가루나 버터를 사용하지 않고 신선한 제철 과일을 적극 활용한다. 2~3년 전부터 과일·채소를 착즙해 식사 대신 마시는 로 푸드 형태의 주스가 인기를 끌었는데, 최근엔 레시피가 더욱 다양해져 로 푸드 케이크·에너지 볼(식재료를 간 후 동그랗게 뭉쳐 만든 음식)과 같은 디저트가 나왔다. 로 푸드 케이크는 보통 견과류와 말린 과일을 곱게 갈고 얼려 만든다. 에너지 볼은 바나나와 코코넛같이 점성이 있는 식재료를 반죽·건조해 완성한다.
로 푸드 전문가 경미니씨는 “케이크나 빵을 만들 때 50도 이상 열을 가하면 재료의 효소가 대부분 파괴된다”며 “로 푸드 디저트는 재료를 익히지 않거나 열을 가하더라도 45도 이상 가열하지 않기 때문에 효소가 살아 있는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떡과 약밥 같은 한식 디저트도 건강 디저트로 꼽힌다. 한식 디저트는 채소와 과일 등 제철 재료뿐 아니라 쌀·찹쌀·깨·콩·팥·녹두 같은 곡물과 잣·호두·땅콩 등의 견과류를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디저트 하나만 먹어도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한식재단 윤숙자 이사장은 “오미자·유자·매실이 든 음료는 맛과 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면역력이 떨어지는 환절기에 몸의 기운까지 북돋워주는 디저트”라고 말했다.
건강 디저트가 인기를 끌면서 ‘건강’을 주제로 한 이색 카페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서울 원효로 카페 두화당은 콩을 주제로 두유를 활용한 음료와 아이스크림, 푸딩 등을 선보인다. 이곳에선 우유를 소화하는 데 힘든 사람도 부담 없이 고단백의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서울 이태원동 케이크 전문점 키에리에서는 담백한 맛의 케이크를 맛볼 수 있다. 이곳 케이크는 버터가 들어가지 않고 설탕도 최소량만 사용해 만들어진다. 매일 아침 구운 쑥·콩·당근 등의 케이크를 구입할 수 있다.
설탕 대신 대추로 단맛
건강 디저트는 집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로 푸드 디저트나 한방 디저트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레시피는 요리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영양을 최대한 챙기려면 제철 재료를 적극 활용해 보자. 3월엔 딸기가 대표적이다. 딸기는 깨끗이 씻어 통째로 먹는 것도 좋지만 유제품과 함께 곁들이면 영양이 배가된다. 딸기의 구연산이 우유에 들어 있는 칼슘의 흡수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딸기와 우유를 갈아 음료를 만들어 먹거나 생크림 케이크 또는 요구르트에 딸기를 넣어 먹어도 좋다.
디저트의 달콤함을 낼 때는 설탕 대신 대추를 활용해 보자. 대추는 다른 과일에 비해 비교적 당질 함량이 높아 단맛이 강하고 비타민C와 A가 풍부하다. 이미경 요리연구가는 “대추를 씻어 씨를 빼고 푹 끓여서 체에 걸러주면 걸쭉한 대추곰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보관했다가 물에 타서 차로 마시거나 떡·머핀·쿠키를 만들 때 설탕 대신 넣어주면 달고 건강한 디저트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글=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