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학자 가상대담
찬성파 펠드스타인
수입세만 한 해 115조원 이상 걷어
법인세 내려도 세입 늘어나는 묘수
미국 소비자·기업 모두 피해 안줄 것
반대파 루비니
수입 기업에 높은 세금 벌 주는 셈
달러가치 오르면 금융시장 불안
피해 보는 외국서도 WTO 제소할 것
① 미국 수입기업과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
▶펠드스타인=아니지. 오히려 현재 35%인 미국 법인세를 20%로 깎아 주겠다는 거다. 한국만 해도 법인세율이 평균 24.2%인데 미국은 너무 높지 않나. 게다가 지금 미국 법을 보라. 세금 기준을 ‘제품을 만든 장소(생산지 기준)’로 하다 보니 A기업이 미국에서 물건을 만들어 수출해도 미국 내 판매용과 동일한 법인세가 적용된다. 해외로 건너가면? 또 그 나라 부가가치세를 적용받는다. 이건 명백히 미국 기업에 불평등한 이중과세다.
▶루비니= 그래서 수출기업과 수입기업을 차별하겠다고? 옆의 표를 보라. 국경조정세가 생기면 수출기업은 세후 수익이 3000원으로 훌쩍 뛰고, 수입기업은 1400원으로 준다. 결국 소매판매업자나 수입업자는 판매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미국 소비자, 특히 소득이 낮은 계층이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펠드스타인=오, 그건 걱정하지 말라. 국경조정세가 달러 가치를 올려 적절히 마사지를 해 줄 거다. 우리 둘 다 경제학자이지만 주요 연구기관에 따르면 국경조정세가 도입되면 달러화 가치는 약 25% 상승하게 된다. 어떻게? 국경조정세로 수입가격이 오르고 수출가격이 내려가게 되면 미국 내 수입은 줄고 수출은 증가하게 된다. 그러면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 줄어 달러 가치가 오르게 되는 거다. 자, 이제 달러가 25% 세졌으니 수입업자는 원래 100달러였던 수입비용이 80달러로 줄 것 아닌가(100달러÷1.25). 세금 부담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루비니=환율이라는 게 무역 거래만으로 결정되나? 환율은 금융·정치 등 다양한 요인이 반영된 국제 환율시장에서 결정된다. 단적으로 국제 외환시장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달러가 4조 달러(약 4500조원)로 무역거래액의 300배가 넘는다. 교수님 말씀대로 달러가 쑥쑥 올라 준다고 치자. 달러가 강해지면 한국 같은 해외 국가들이 갖고 있는 달러 부채 부담이 커진다. 신흥국들의 신용이 흔들려 금융시장까지 요동칠 수 있다.
② 미국 기업과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
▶루비니=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어 달러 가치가 오르면 장기적으로는 미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는 거 아닌가? 교수님 주장과 모순되지 않나. 게다가 미국 기업은 수십 년 동안 해외에 공장을 짓고 물류센터 등을 운영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해 왔다. 해외 자산은 대부분 그 나라 통화로 돼 있기 때문에 달러가 오르면 미국 기업들의 해외 자산 가치는 수조 달러 감소할 수 있다. 이게 과연 미국 기업에 도움이 되는 걸까?
▶펠드스타인= 그동안 그렇게 해외로 나가기만 했던 기업들을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자는 것 아닌가. 높은 법인세를 피해 해외로 본사를 옮긴 미국 기업이 얼마나 많나. 재정적으로도 미국 경제에 즉각적인 효과가 있다. 수입품에 20%의 세금을 물리면 연간 1000억 달러(약 115조원), 10년이면 1조 달러(약 1100조원)를 얻게 된다. 법인세를 내려도 세입은 늘어난다니 얼마나 묘수인가.
▶루비니= 그 세금을 누가 내나. 미국의 수입기업이?
③ 국제 무역질서에 위배되지 않는다?
▶루비니=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부가가치세는 최종 소비재에만 과세를 하는 간접세이지만 국경조정세는 기업의 직접적 이윤에 부과하는 직접세다. WTO는 직접세의 국경조정은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이 국경조정세를 폐지하지 않으면 연간 4000억 달러에 이르는 보복조치에 직면하고 이는 미국과 글로벌 경제성장에 심각한 타격을 미칠 수 있다.
◆국경조정=국가 간 교역 시 세금 조건을 균등하게 하기 위한 조정. 수출품에는 국내에서 부과되는 세금을 면제해 주고, 수입품에는 동종의 국산품에 부과되는 세금을 부과한다.
◆직접세=납세의무자와 세금 내는 주체가 같은 세금. 소득세·재산세·법인세·상속세 등으로 고소득자 부담이 크지만 간접세처럼 가격에 세금이 책정돼 있지 않아 탈세 우려도 크다.
◆간접세=부가가치세·담배세·주세·인지세처럼 납세의무자와 조세부담자가 다른 세금. 소득과는 관련 없이 물건을 사며 내는 세금들이다.
◆직접세=납세의무자와 세금 내는 주체가 같은 세금. 소득세·재산세·법인세·상속세 등으로 고소득자 부담이 크지만 간접세처럼 가격에 세금이 책정돼 있지 않아 탈세 우려도 크다.
◆간접세=부가가치세·담배세·주세·인지세처럼 납세의무자와 조세부담자가 다른 세금. 소득과는 관련 없이 물건을 사며 내는 세금들이다.
※이 가상대담은 펠드스타인의 칼럼 ‘The Illusory Flaws of Border Adjustment’ ‘The Shape of US Tax Reform’과 루비니의 칼럼 ‘America’s Bad Border Tax’ ‘US Border Tax Plan Could Stun Markets’ 등을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