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압박 의혹에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사의

중앙일보

입력 2017.03.18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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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을 요구하는 판사들의 법원 내 학회 활동을 위축시키려 했다는 의혹을 받아 온 임종헌(57·사진) 법원행정처 차장이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임 차장은 법원 안팎에서 대법관 후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임 차장은 이날 전국의 판사들에게 “법관 재임용 신청 의사를 철회했다. 오는 19일은 제가 청운의 꿈을 품고 법관의 길에 들어선 지 꼭 30년이 되는 날이다”로 시작하는 e메일을 보냈다. 임 차장이 재임용 신청을 철회했기 때문에 19일에 자동적으로 판사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법관은 10년 주기로 재임용을 신청해야 지위가 유지된다.

그동안 대법관 후보 평가 받았지만
학회 방해 논란에 재임용 신청 철회
“억울하지만 조사 성실히 임할 것”

임 차장은 “최근 언론 보도 이후 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으로 참담한 시간을 보냈다. 제 평생 가장 큰 불신과 비난을 받으면서 스스로를 해명하고 강변하고 싶은 억울하고 괴로운 심정이면서도 진심을 전달하지 못하고 또 다른 의혹과 불신을 야기할지 모른다는 우려와 걱정에 충분한 말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퇴임 의사와 무관하게 이번 일과 관련한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실 조사에 의한 결과를 수용하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덧붙였다. 임 차장은 이 e메일을 보낸 뒤 짐을 정리해 대법원 청사를 떠났다.
 
임 차장은 판사 45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법원 내 최대 학술조직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전국 법관을 상대로 ‘사법 독립과 법관인사제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자 지난달 법원 정기인사에서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 난 이모 판사에게 이 단체의 모임을 축소시키도록 권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부 판사들은 이 판사가 이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하자 그를 원소속 법원으로 돌려보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
 
이런 의혹에 대해 임 차장은 “결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고영한 법원행정처장도 7일 법원 통신망에 “(대법원은) 해당 판사에게 연구회 활동과 관련해 어떠한 지시도 한 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 판사는 이튿날 “저의 인사 발령 등에 대한 언론 보도는 모두 저의 의사와 무관하게 보도된 것”이라며 “제가 경험한 부분에 대하여는 어떤 방식으로 말씀드리는 것이 옳은지 고심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이 판사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법원은 이인복(61·사법연수원 석좌교수) 전 대법관에게 진상 조사를 맡겼다. 이 전 대법관은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임 차장을 진상 규명이 될 때까지 직무에서 배제해 달라고 요청했고, 대법원장은 지난 13일 이를 받아들였다. 임 차장은 그날 대법원장에게 사의를 밝혔으나 반려됐다. 본격적 진상 조사는 다음주에 진행된다.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대법원 산하 조직이다. 처장 바로 아래에 있는 차장은 행정처 업무를 실질적으로 총괄한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