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방울 안 마시는데 간암이라고?

중앙일보

입력 2017.03.1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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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간염은 무관심이 병을 키우는 질환이다. 간염 바이러스가 서서히 간세포를 파괴하면서 간경화·간암으로 악화한다. 간은 통증에 둔감하다. 절반 이상 망가져도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거의 없다. 이유 없이 속이 메스껍다거나 쉬어도 피곤하다고 느끼는 것이 전부다. 국내에서 많이 발병하는 간염은 A·B·C형 간염이다. 간염 바이러스는 발견된 순서에 따라 알파벳을 붙여 분류한다. 각 바이러스 유형마다 감염경로는 물론 예방·치료법이 달라 초기 적절한 대응이 중요하다. 방치하기 쉬운 간염을 집중 점검했다.

Check 1. 술만 안 마시면 간은 안심이다(X)

술이 간 손상을 유발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간암 환자 10명 중 8명은 술이 아닌 간염 바이러스를 방치하다가 간암으로 진행한다. 2014년 대한간암학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간암환자의 72%는 B형 간염 바이러스, 12%는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원인이었다. 알코올이 직접적으로 간암을 유발한 경우는 9%다.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다면 정기적으로 간 상태를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간염 바이러스는 간 세포를 지속적으로 공격해 말랑말랑해야 할 간을 딱딱하게 만든다. 이를 늦추려면 간염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하는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한다.

Check 2. 어렸을 때 간염 예방 백신을 맞았으니 안전하다(X)

간염은 각 바이러스 유형마다 감염경로·치료·예방법이 다르다. 게다가 현재 간염 예방백신은 A형과 B형만 존재한다. C형 간염은 아직까지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백신을 접종했어도 다른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은 존재한다는 의미다. 요즘 2040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유행하는 A형 간염 바이러스는 2015년부터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됐다. 성인 대부분은 항체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각 바이러스마다 감염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최선이다. A형 간염은 오염된 음식물을 통해 전파된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8도 이상에서 1분만 가열해도 사라진다. 물은 끓여서 마시고 충분히 익힌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 예방백신을 접종하면 95%이상 예방효과를 보인다. 항체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성인이라도 접종하는 것이 좋다. B·C형 간염은 혈액을 통해 퍼진다. 오염된 주사기나 공용 목욕탕에 비치된 손톱깍기·면도기 공동사용, 반영구 화장, 피어싱, 문신 등을 통해 감염될 수 있어 주의한다.

Check 3. 증상이 없다면 굳이 치료를 받지 않아도 괜찮다(X)

B·C형 간염은 증상이 서서히 나타난다. 이미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간염이 악화돼 간경변·간암으로 진행된 경우도 많다. 특히 C형 간염은 간세포 파괴력이 B형 간염보다 크다. 간염 바이러스가 몸 안으로 들어오면 몸의 면역체계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 세포를 공격한다. 간이 지속적으로 손상되면 비정상적인 섬유조직으로 변해 섬유화가 진행된다. 이런 이유로 간 섬유화의 진행을 막는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건의료연구원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만성 B형 간염약을 복용한 사람을 대상으로 약 복용을 잘 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을 90% 이상 철저히 복용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과 비교해 사망·간 이식 위험은 59% 줄었고, 간암 위험도는 20% 감소했다.

Check 4. 간염은 완치가 가능하다(O)

일부 간염이지만 완치가 가능하다. C형 간염이 대표적이다.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하는 신약(애브비의 Opr+D 요법, BMS의 다클린자-순베프라 요법, 길리어드의 하보니-소발디 요법 등)이 잇따라 등장하면서부터다. 기존에는 페그인터페론 주사를 맞으면서 C형 간염을 치료했지만, 이제는 최대 6개월 가량 C형 간염약을 먹으면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애브비 요법은 국내 C형 간염 환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전자형인 1b형에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인다. 황달·복수 같은 간부전 증상이 없는 대상성 간경변증을 앓는 만성 C형간염 성인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애브비 요법으로 치료했다. 그 결과 치료 경험과 상관없이 유전자형 1b형 환자에서 100% 완치율을 달성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Check 5. 비만인 사람은 간암 발생위험이 더 높다(O)

간암을 유발하는 B·C형 간염 바이러스는 치료약이 좋아지면서 차츰 관리 가능해지는 추세다. 반면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간에 지방이 축적돼 간 세포가 괴사하거나 염증이 생기는 비알콜성 지방간 환자는 늘고 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2011년 1만 3429명에서 2015년 2만 8865명으로 115% 증가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단순 지방간과 달리 간 세포가 괴사되고 염증을 동반하면서 간경화·간암으로 진행한다. 비만인 사람의 간암 발생위험도는 정상인 경우보다 2배 높다.

TIP. 병든 간이 보내는 신호

피로하고 온 몸이 무기력하다
식욕이 부쩍 떨어졌다
멀미처럼 메스껍고 구토증상이 있다
소화가 잘 안되고 속이 더부룩하다
오른쪽 윗배에 둔탁한 통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