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행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저의 대선 참여를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고심 끝에 현재의 국가위기 대처와 안정적 국정 관리를 미루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보수층이 기대를 걸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황 대행까지 대선 무대에서 퇴장하면서 이번 대선은 사상 유례없는 일방적인 구도가 형성됐다. SBS·칸타코리아가 지난 11~12일 실시한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1.1%의 지지율로 선두였고, 안희정 충남지사 15.1%, 이재명 성남시장 10.4% 등 민주당 경선 주자들이 1~3위를 휩쓸었다. 이어 황 대행 9.6%,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9.5%,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2.4%, 홍준표 경남지사 1.8% 등의 순서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황 대행이 빠지면 남은 보수 진영의 주자는 유승민 의원, 홍준표 지사 등이다. 현재로선 지지율이 3%를 넘는 후보가 없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갈 곳을 잃은 보수 표심이 어떻게 재조정되는지가 이번 대선의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황 대행 불출마로 ‘반(反)문재인’ 연대가 성사될 길은 열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행의 지지층은 ‘태극기집회’로 상징되는 강경 친박 성향”이라며 “만약 황 대행이 자유한국당 후보가 됐다면 국민의당과의 연대는 물론 바른정당과 손잡기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이어 대선 무대 퇴장
유례없는 일방적 선거 구도
민주당 뺀 3당 개헌투표 합의
반문재인 연대 가능성 열어
대선 날짜는 5월 9일로 확정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황 대행의 불출마로 강경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이 생겼지만, 반대로 보수 진영에서 ‘이렇게 된 이상 당을 떠나 문재인 전 대표를 견제할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자’는 여론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4월 17일부터 5월 8일까지 22일간이다. 사전투표는 5월 4~5일 실시된다. 대선 당일인 9일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으며 오후 8시까지 투표를 할 수 있다. 또 지난 2월 선거법 개정으로 이번 대선부터는 선거 당일에도 온라인 선거운동이 허용되며 투표 인증샷 공개도 할 수 있다.
김정하·박성훈 기자 wormho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