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양심과 소신보다는 권력을 찾아 옮겨다니는 구태도 여전하다. 어제 문 전 대표가 발표한 ‘새로운 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으로 합류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상징적이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김 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로 통했던 인물이다. 2010년 박 전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국가미래연구원을 창립해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그런 그가 “욕 안 먹고 논평만 하는 것이 비겁하고 무책임하다고 생각돼 문 캠프에 합류했다”고 주장했다. 보수가 무너지자 새 권력을 좇는 게 아닌지 궁금할 따름이다.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후보를 도왔던 김호기 연세대 교수도 위원회의 부위원장을 맡았다. “중단없는 개혁과 원칙 있는 통합의 길을 찾으려면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밝혔지만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게 됐다.
새 학기 교육·연구 뒷전으로 미루고
정치권 기웃거리며 무더기 캠프행
입신양명만 눈독, 학자적 양심 있나
폴리페서들은 정책 입안에 전문성을 발휘하고 그런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건 연구와 강의라는 교수의 본분을 충실히 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할 일이다. 굳이 정치 활동을 원한다면 방학을 이용하거나 학회 등을 통해 하면 된다. 지금처럼 새 학기 시작과 동시에 대선 캠프로 우르르 몰려가는 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대학을 황폐화시키는 폴리페서를 추방하려면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미국은 교수가 공직에 진출해 2년이 넘으면 사표를 내야 하고, 강단으로 복귀할 때는 재심사를 받는다. 미국 대선 캠프에 교수가 적은 이유도 스스로 정치 참여에 엄격하기 때문이다. 일본도 정무직이나 선출직에 나설 때 교수직을 그만두는 게 관례다.
우리도 서울대 등 일부 대학이 시행 중이지만 법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치 활동을 하거나 정무직·선출직에 나서면 즉각 사표를 수리하는 ‘폴리페서 금지법’이 필요하다. ‘권력바라기’ 교수를 없애야 대학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