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FTA 재협상 위기 피하기 위해 … 미국산 셰일가스·석탄 더 사주기로

중앙일보

입력 2017.03.15 01:55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막기 위한 정부의 당면과제는 ‘대미(對美) 무역흑자 축소’다. 미국이 각종 FTA 재협상의 이유로 든 것이 자국 무역적자 확대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1월 무역적자는 484억9000만 달러로 2012년 3월 이후 최고치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FTA 체결 이후 자국산 물품의 수출보다 외국산 물품의 수입이 더 늘어나 무역적자가 불어났다고 주장한다. 실제 미국의 무역적자 확대에 한국도 한몫한 건 사실이다.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2011년 116억4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32억5000만 달러로 늘어났다. 2015년에는 258억 달러를 넘기도 했다. 한·미 FTA 재협상을 막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흑자 폭을 줄여 미국을 달래야 할 판이다.
 
정부는 미국산 셰일가스·원유·석탄·자동차·항공기 등의 수입을 늘려 흑자 폭을 줄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셰일가스는 일본이 선수를 쳤다. 일본은 셰일가스 수입을 본격화해 1월 대미 무역흑자를 전년 동월 대비 26%나 줄였다. 한국도 한국가스공사가 6월부터 20년간 연간 280만t의 미국산 셰일가스를 들여온다. SK E&S와 GS EPS는 2019년부터 20년간 각각 연 220만t, 연 60만t씩 수입할 예정이다.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사는 미국산 석탄을 ‘공동구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도 셰일가스 수입 대폭 늘려
1월 대미 무역흑자폭 26%나 줄어

효과는 미지수다. 미국산 에너지 자원의 경우 사업성 측면에서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 민간기업들은 셰일가스를 LNG 발전용으로 들여올 계획인데 국내 LNG 발전소의 가동률은 2012년 65%에서 지난해 38%로 낮아진 상황이다. 미국산 원유나 석탄은 운송비가 비싸 경제성이 떨어진다. 자동차와 항공기 수입 확대는 전적으로 민간기업이 결정할 문제다. 
 
세종=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