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헌법재판소 담장 밖에서 취재하던 중 겪은 일이다. 맑은 물에 떨어뜨린 검은 잉크처럼 폭력은 순식간에 광장 전체로 번졌다. 한 방송사 오디오맨은 멱살이 잡힌 채 끌려다녔다. 다른 기자는 참가자가 휘두른 사다리에 머리를 맞았다. 오후 8시 기자 12명이 폭행당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내가 맞은 건 집계에 포함될 수준도 아니었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당했을지 알 수 없다.
다음날도 폭력은 계속됐다. 대한문 집회에서 일부 참가자가 휘발유통을 들고 경찰을 위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집 앞에선 지지자들이 취재기자가 올라가 서 있는 사다리를 흔들어 댔다. 취재차량으로 돌과 물병이 날아들었고 태극기 깃대는 자주 몽둥이로 둔갑했다.
함께 현장에 있는 경찰도 기자들의 피해 상황엔 무관심해 보였다. 한참 두들겨 맞고 있으면 달려와 피해자 주변을 둘러싸는 것이 주된 대응이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13일 이를 ‘전략적 인내’라고 표현했다. 흥분한 참가자들을 줄줄이 붙잡으면 자극이 되기 때문에 최대한 인내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 사이 수십 명이 폭행을 당했다.
도심 한복판의 집회에서 경찰 눈앞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전략적으로 인내’한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그 인내로 인해 몇몇은 자칫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다. 시민 한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보고서에 적을 숫자 정도로만 여기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더불어 그 폭행과 방치가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짓밟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언론의 자유에 대한 합의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헌법적 기틀 중 하나다. 기자를 포함한 모든 인간은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또 하나의 ‘심각한 헌법 훼손’이 자행되고 있다. 폭력을 방관하는 광장에 민주주의가 설 자리는 없다.
윤정민 사회 2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