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리포트 팀은 한·중 양국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민감한 사안이라 섭외부터 어려웠습니다. 국내 명문 사립대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A는 토론에 참여하기로 했다가 전날 늦은 밤 “내 생각이 중국인 전부를 대표하는 것처럼 비칠까 부담되고 걱정된다”며 갑작스레 불참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국익이 걸린 문제를 실명으로 가타부타 논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어렵사리 지난 12일 한국인 청년 둘과 중국 청년 한 명이 모였습니다. 양안 문제로 중국과 긴장관계에 있는 대만 국적의 학생에겐 따로 의견을 물었습니다.
◇박성범(25), KAIST 전자공학과 졸업
◇진청화(32), 중국인 유학생, 서울대 도시계획 박사과정
◇도효진(24), 동국대 영어영문학과 재학 중
◇리펀팅(27ㆍ가명), 대만 국적의 화교, 연세대 재학 중
◇진청화(32), 중국인 유학생, 서울대 도시계획 박사과정
◇도효진(24), 동국대 영어영문학과 재학 중
◇리펀팅(27ㆍ가명), 대만 국적의 화교, 연세대 재학 중
- 중국의 ‘사드 보복’은 실재하나. 정부가 대놓고 압력을 가한 거라고 보나.
- 진청화(이하 진)=만일 중국 정부가 직접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그건 준 단교나 마찬가지라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 다만 중국 외교부가 사드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하면 중국 기업은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라 그 기조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도효진(이하 도)=중국의 롯데마트 폐업 사진에 공산당 직원들 모습이 보이더라. 중국 정부가 주도한 경제 보복이라고 생각하는 게 마땅하다. 한국 경제에 내상을 입혀야 한다고 사설에 쓴 환구시보도 사실상 관영 언론 아닌가.
한·중 청년들이 본 사드 갈등
도효진(동국대 재학)
필요성 인정하지만 너무 서두른 감
박성범(KAIST 졸업)
안보에 기여 ? 여론 수렴 더 했어야
진청화(중국인 유학생)
한국이 일본보다 친근했는데 … 씁쓸
리펀팅(대만 국적 화교)
한반도엔 생존 문제, 중국 심한 듯
- 평범한 중국인들도 한국에 대한 분노가 그렇게 큰가.
- 진=요즘 중국 국민도 교육 수준이 높아져 ‘당장 그 나라 제품 다 불매하고, 한국산 자동차 다 부수겠다’는 식은 아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불매운동에 대해 이성적으로 생각하자는 이도 있다. 관영매체와 달리 냉정하게 보자는 언론도 있고. 개인적으로 사드 보복으로 생긴 손해는 누가 다 책임지나 싶다. 롯데에 ‘사드 보복’을 한다지만 직원들은 다 중국인이다. 그 사람들의 일자리는 누가 책임질까.
- 한반도 사드 배치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박성범(이하 박)=사드의 효용성 자체에 대한 의구심은 있다. 하지만 사드를 배치해 여러 위협의 일부만 줄일 수 있어도 한국 안보에 기여한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도=북한이 여러 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대치 상태인 한국은 가만히 있어야 하나. 북한이 위협할 때 들이밀 수 있는 효과적인 카드이기도 하다.
진=우선 나는 오늘 중국 유학생으로 참석했지만 중국을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감안해 달라.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사드를 배치한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시스템을 들여와 미국의 군사 플랜에 협조한 것이 싫다. 한국이 자체 기술로 사드를 만들어 배치한다면 중국이 뭐라고 할 문제가 아니다. 1962년 쿠바에서 소련 미사일 때문에 미국이 전쟁까지 언급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중국이 개발한 사드를 쿠바에 배치한다면 미국은 어떻게 생각할까.
- 대만 국적자의 입장에서 사드 배치와 한·중 갈등을 어떻게 보나.
- 리펀팅=나는 국적은 대만이지만 한국에서 산 기간이 길어 한국인과 정체성이 더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과하다고 본다. 안보 문제와 관련해 감정이 격화되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한반도에선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의 문제다.
- 외교력이 섬세하지 못해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 도= 중국이 사드 배치에 민감한 이유는 사드의 요격 반경 내에 중국의 영토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황교안 총리가 시진핑 주석을 만났을 때 그 부분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는지 명확히 얘기를 안 했다. 하지만 중국도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외교적으로 우리와 긴밀히 협력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다 4월 미·중 정상회담이 가까워 오니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청문회에 나온 느낌이다.(웃음) 황 총리가 시 주석을 만났을 때는 “사드 배치 결정 안 됐다”고 해놓고 한국에 돌아와 열흘 뒤 전격 배치돼 버리니 중국 입장에선 “이건 뭐지?” 싶은 거다. 너무 빠르게 입장이 바뀌니 불쾌하지 않겠나.
- 한국과 중국은 우방일까?
- 박=한국은 이른바 강국에 둘러싸인데다 지정학적 가치가 너무 커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렇지만 명확한 건 안보동맹을 함께하는 것이 우방이란 점이다. 중국과 아무리 경제적으로 긴밀해도 미국과 안보동맹을 유지하는 한 우방은 미국이다. 중국이 패권을 잡으면 상황이 바뀔지는 모르겠다.
도=이미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국과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어디를 가나 ‘메이드 인 차이나’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물건의 70%가 중국에서 온다고 하는데 사실상 경제 동맹이란 측면에서 우방이라고 본다. 그런데 단교에 준하는 경제 단절 운운하는 이상 중국을 마냥 우호적으로 보긴 어렵다.
진=사드 갈등 전까지 중국 사람들은 한류 콘텐트를 즐겼다. 감정적으로도 역사적으로 생긴 반일 감정을 공유하며 한국을 더 가깝게 여겼다. 한국으로 유학 올 때도 부러워하는 시선이 많았다. 갈등이래야 가끔 축구 경기할 때 자존심 싸움하는 정도 아니었나. 외교 무대에선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벗도 없다고 한다. 앞을 길게 보면 국민 간 신뢰가 국가 간 신뢰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거다.
- 현 정부에 대한 낮은 신뢰가 사드 배치 문제를 더 키우진 않았을까.
- 진=과연 국민투표라도 했다면 사드가 배치됐을지 궁금하긴 하다. 사드 배치에 대해 한국 정부 생각과 국민 생각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리=낮은 신뢰도 문제지만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주변에 얼마나 많은 이가 이 이슈에 관심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한국 대학생들도 명문대에 다니며 시사에 관심 있는 일부 외엔 마찬가지 않을까. 그러다 보니 논리로 설득하기보다 정치 구호가 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박=그렇게 생각할 만도 한 게 현재 우리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낮으니까 지지도 낮은 정부의 정책이 정말 국민의 뜻인가 의문스러울 수 있다. 그런데 안보 관련 정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민감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주변의 다수는 안보 기조는 손바닥 뒤집듯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안보는 큰 틀에서 국민의 뜻을 반영하되 행정부의 상황 판단이 더 많이 작용하는 측면이 불가피하다.
도=어느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드 배치 찬성이 반대보다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 우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꼭 지금 서둘러 처리했어야 할까 하는 의구심은 든다.
글=이현·하준호 기자 lee.hyun@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