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나홀로 가격 인상에 들어간 회사가 르노삼성차다. 르노삼성차는 올 들어 SM3·SM5·SM6·SM7·QM3·QM6 등 6개 차종 가격을 모델 별로 10만~75만원 올렸다. 내외관 디자인을 바꾸거나 편의사양(옵션)을 개선하는 부분변경도 하지 않았는데 가격만 올렸다. SM6는 이달 초에, 나머지는 올 초 인상했다. 특히 주력 모델일수록 인상 폭이 컸다. 지난해 3월 출시한 중형 세단 SM6는 20만~75만원 올렸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도 30만~35만원 인상했다. 소형 SUV QM3는 최고급 사양을 제외한 전 모델 가격을 25만원 올렸다.
6개 차종 10만~75만원 인상했지만
경쟁사와 달리 언론 공식 발표 없어
일부 모델은 기본 편의사양도 빠져
르노 측 “원자재값 상승으로 불가피”
일부 모델은 옵션이 기존보다 나빠졌다. SM6 1.6 가솔린 RE 모델은 지난해 ‘중형차 이상의 중형차’라고 홍보하며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AEBS)·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같은 안전 사양을 기본으로 제공했다. 하지만 올해부턴 별도로 145만원 짜리 패키지를 구매해야 해당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이남석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옵션을 추가한 이유를 들어 가격을 인상하는 게 보통인데 기본 제공하던 사양을 빼면서 가격을 올린 것은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다.
르노삼성차 측은 “경쟁사에 비해 그동안 가격을 많이 올리지 않았다. 원자재값 인상으로 가격 조정이 불가피했다. 매장 방문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쟁사 행보와 비교된다. 현대차나 한국GM은 가격을 인상할 때마다 보도자료를 통해 내용을 공지했다. 어떤 옵션을 추가했는지도 알렸다. 심지어 수입차인 메르세데스-벤츠도 지난 2월 대부분 차종 가격을 최소 70만~최대 250만원 올린다는 점을 언론을 통해 알렸다. 군더더기없이 68개 차종의 인상 가격을 표로 정리했다. 최소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은 이유다.
식품업계에선 설탕·라면값을 100원 인상할 때도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린다. 자동차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가장 비싼 소비재 중 하나다. 가격이 1%만 움직여도 수십만원씩 오르내린다. 가격을 내릴 때 뿐 아니라 올릴 때도 고객과 떳떳이 소통해야 하는 이유다. 수년 째 불황의 터널을 지나다 지난해 일제히 신차를 쏟아내며 가까스로 부활한 르노삼성차가 고객 신뢰를 쌓는 길이기도 하다.
김기환 산업부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