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소의 계절이다. 상쾌한 봄을 맞기 위한 준비지만 치러야 할 ‘대가’가 만만치 않다.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는 일부터 집 안 구석구석 쌓인 먼지를 없애는 작업은 하루를 온전히 쏟아부어도 역부족이다. 힘든 작업 후 녹초가 될 것까지 생각하면 팔을 걷어붙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최근엔 힘을 최소한만 들이면서도 쉽고 깔끔하게 청소하는 ‘스마트 청소법’이 뜨고 있다. 똑똑해진 청소기·공기청정기를 활용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물건 정리 단계부터 청소, 해충 방제까지 ‘버튼’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로봇 조종
최근 출시된 제품들은 진공청소기 못지않게 흡입력이 강해진 데다 장애물에 걸리거나 틈새에 끼여도 자유자재로 벗어날 수 있다. LG전자의 ‘로보킹 터보 플러스’(사진)는 스마트폰으로 청소기를 작동시킬 수 있다. 카카오톡이나 네이버라인으로 명령어를 입력하면 로봇이 알아서 청소를 시작한다. 콩, 과자 부스러기 같은 큰 먼지도 깔끔하게 치운다. 제품 높이가 89㎜에 불과해 소파나 침대 아래 공간도 쉽게 청소한다.
장롱 위 쓸기 편한 트랜스포머형
천 소재 카펫 세탁하는 청소기
물 고이지 않는 가습 공기청정기
침대 매트리스나 이불, 패브릭 소파, 카펫 같은 직물 소재에는 집먼지진드기나 세균·곰팡이 같은 유해물질이 번식하기 쉽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 자녀, 노인이나 아토피피부염 환자가 있는 가정에선 침구류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레이캅코리아의 ‘레이캅 RS 프로’는 이불에 밀착해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최적의 흡입력을 낸다. 침구 종류·소재에 따라 청소 모드(강하게, 부드럽게, 약하게)를 선택할 수 있다. UV살균, 진동펀치, 자동회전브러시가 직물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침구 속 집먼지진드기, 미세먼지, 세균을 빨아들인다.
초미세먼지 99% 이상 제거
한국공기청정협회 차성일 전무는 “국내‘공기청정기’ 제품 중 20~30%는 공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것과 관련 없는 ‘음이온 발생기’”라며 “제품 구입 시 사양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공기청정협회에 따르면 좋은 공기청정기는 오존 발생량이 0.03ppm 미만이고, 집진(헤파)필터는 공기 중 0.3㎛(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입자를 80% 이상, 탈취필터는 냄새·유해가스를 70% 이상 걸러내야 한다. 적용면적(20분간 50% 이상 정화할 수 있는 면적)은 넓을수록 좋다. 작동 시 소음은 제품 크기에 따라 40~55㏈(데시벨)을 넘기지 않는 것이 권장된다.
삼성전자의 공기청정기 ‘블루스카이’ 시리즈는 초미세먼지와 0.02㎛ 크기 입자를 99% 걸러낸다. 올해 출시한 ‘블루스카이 6000’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청정수 순환 방식의 자연 가습 공기청정기다. 물을 계속 순환시켜 물때·세균·미생물 등 오염의 근본 원인이 되는 고인 물을 없앤다. ‘스마트 홈’ 기능이 탑재돼 스마트폰을 통해 실내·외 어디서든 제품을 조작할 수 있다. 한국암웨이의 ‘엣모스피어’는 초정밀 집진필터가 초미세먼지보다 작은 0.009㎛ 크기의 입자를 99.99%까지 걸러낸다. 또 오존, 포름알데히드, 다이옥신까지 제거하는 탈취필터를 장착했다. 엣모스피어는 영국알레르기재단으로부터 알레르기 유발물질 16가지(박테리아, 라텍스, 바이러스, 집먼지진드기 등)를 모두 걸러내는 공기청정기로 인정받았다.
정리·수납 전문가 서비스
짐 양, 정리정돈 상태, 업체별 서비스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4~8명이 파견돼 8시간가량 책장·옷장·장난감·주방 등을 깔끔하게 정돈한다. 서비스 비용은 20~30평대 기준으로 80만~130만원 선. 애써 정리해 완성된 ‘작품’을 유지하는 것도 관건이다. 덤인 홍보마케팅팀 이성화 과장은 “고객의 집 면적, 짐 양, 정리정돈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해 견적을 내고 계약한다”며 “정리·수납 서비스를 받은 고객은 월 1회 10만원 정도에 유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베리굿정리컨설팅 윤선현 대표는 “대청소 전후로 정리·수납 서비스 문의가 이어진다”며 “따로 시간을 내기 힘든 맞벌이 부부, 사업가 고객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청소 도우미 소개하는 앱
평소 집 안에 파리·개미·바퀴벌레 같은 것이 보였다면 대청소 기간에 해충 방제 서비스를 받아보는 게 어떨까. 바퀴벌레는 1년에 3만5000마리까지 번식한다. 눈에 보이는 벌레를 죽인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해충 방제 기업 세스코는 연쇄살충 공법을 적용해 해충 군집 전체를 제거한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박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