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탄핵정국과 대선정국이 섞여 혼미를 거듭하던 정치는 대통령 파면 이후 대선으로 직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금주 중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선거일을 확정할 예정이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경선체제에 들어갔다. 이들 정당은 순회 연설, 방송 토론, 정책 발표회 등을 거쳐 3월 28일~4월 9일 전당대회에서 자기 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하게 될 것이다. 외견상 예측 가능한 일정이 짜이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박근혜 뇌관’이 제거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불확실성 걷히자 코스피 상승국면
박근혜·친박의 좀비정치 경계하고
선거도 진영대결 아닌 이슈 대결로
박 전 대통령이 앞으로 있을 검찰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을 방어하는 투쟁을 하는 건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기본권 행사로 봐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전직 대통령의 자격으로 역사와 민심의 심판을 받은 친박 세력과 또 다시 무리지어 무언가 도모한다는 것은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요 조롱이 아닐 수 없다. 자기 잘못을 도대체 인정하지 않으려는 박 전 대통령의 행태를 돌이켜보면 ‘사법 투쟁’과 함께 대선 정국에서 영향력의 행사는 물론 대선 후 정치 재개를 포함한 ‘사저 정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죽어야 할 정치세력이 다시 살아나 ‘좀비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사의 흑역사인 박근혜 좀비정치가 살아나면 대선 정국은 온통 박근혜 청산 문제로 들끓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안전보장, 경제 살리기, 일자리 회복, 양극화 해소, 사회복지 등 미래와 정책을 놓고 대선 후보들끼리 벌일 이슈 경쟁이 증발할 가능성이 있다. 대선 정국이 박근혜 좀비정치의 블랙홀에 빠지면 극단적인 흑백론, 선악론, 진영대결이 다시 판치게 될 것이다. 한국 정치가 뒷걸음을 쳐선 안 된다. 대선주자들과 각 정당, 양식 있는 국민은 모처럼 찾은 정상 정치를 블랙홀에 빠뜨리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