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파면 결정을 한 10일 오후 2시 최순실 씨와 함께 국정 농단 사건 재판을 받던 장시호 씨의 말에 재판정이 술렁였다.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최씨는 조카 장씨를 잠시 뚫어져라 쳐다봤다.
헌재 결정 직후 재판정에선
검찰이 “이젠 전직 대통령” 말하자
최순실, 물 2~3잔 연거푸 들이켜
“이모 방에서 총수 독대 일정표 봤다”
장씨 증언에 최씨, 머리 긁으며 한숨
대통령 탄핵은 재판 초반부터 화두에 올랐다. 처음 탄핵 사실이 법정에 알려진 것은 오전 11시30분쯤이었다. 검찰 측은 장씨에 앞서 증인 신문을 받은 안 전 수석에게 “방금 헌재에서 박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제 법적으로는 전직 대통령이 됐는데 혹시 그동안 대통령에 대한 부담감으로 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한 게 있느냐”고 물었다. 안 전 수석은 “역사에 중대한 사건이라 사실대로 진술한다고 처음부터 결심했다”며 부인했다. 이때 최씨는 물을 2~3잔 연거푸 마셨다. 재판은 11시50분쯤부터 휴정했다. 최씨의 변호인인 최광휴 변호사는 이때 기자들에게 “재판 도중 휴대전화에 속보가 떠 바로 최씨에게 알렸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날 “이모가 사익을 추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며 폭탄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재판 말미에 “2014년 말 이모가 박 대통령께 정유라가 임신한 사실을 알리며 무언가를 요청했는데 대통령이 들어주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러자 이모가 ‘나도 이제부턴 사익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최씨는 장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발언권을 얻어 “대통령에게 얘기할 일도 아니고 부모가 어떻게 자식의 그런 이야기를 하겠느냐”고 부인했다. 조카 장씨의 증언 도중 최씨는 머리를 긁적이거나 볼에 바람을 넣어 크게 한숨을 쉬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장씨는 이날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김동성씨가 최씨 집에서 한 달간 머물렀다는 발언도 했다. 장씨는 “김동성이 2015년 1월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며 저를 찾아와 최순실을 ‘이모’라고 부르며 잘 따르고 오갈 데도 없어 이모네에서 한 달 정도 머무르게 했다”며 “최순실과 김동성이 한집에 살 때 동계스포츠센터(설립)에 대해 얘기했다”고 말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