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세론 강하지만, 통합론 커지면 안·안에게 기회”

중앙일보

입력 2017.03.11 01:26

수정 2017.03.1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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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안 인용 결정은 대선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중앙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가 등 정치 분석가들을 상대로 의견을 물어보니 “인용 결정 이전보다 대선의 구도와 흐름이 훨씬 더 유동적이고 복합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분석가들도 유동성의 강도가 지금까지의 흐름을 뒤집을 만큼 강력할지에 대해선 아직 확신하지 못했다.

대선 구도 흐름 바뀌나 … 전문가 분석
문재인의 대청소론 불안감 유발시
야권 내 대안론 탄력받을 수도
어느 쪽이 빠를지 결국 시간 싸움
반문연대 하나의 세력화 미지수
보수층 결집 땐 제3지대 힘 분산

헌재 결정 이전까지 대선가도에서 선두를 달려온 키워드 ‘문재인 대세론’은 여전히 맹위를 떨칠 것인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는 10일 국회에서 “헌재의 결정에 모두가 절대 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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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소론과 통합론=여론조사 전문가인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탄핵 직후엔 나라를 새롭게 바꿔보자는 흐름이 강력하겠지만 문 전 대표의 ‘대청소론’(적폐청산론)은 불안감을 유발할 것”이라며 “그 이후엔 통합을 기치로 한 ‘합리적 대안론’의 흐름이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어느 쪽 흐름이 더 빠를지) 결국은 시간 싸움의 양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얼마나 빨리 전파되느냐에 따라 1차적으론 민주당 경선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2차적으론 본선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비민주당 주자들에게도 기회의 문이 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그러나 “민주당 경선 때까지로 한정하면 안 지사의 통합론이 야당 내부에서 메인스트림(주류)으로 등극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또 “만약 문 전 대표가 경선에서 승리한 뒤 적폐 청산보다 통합적 메시지에 집중한다면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고 지역 기반이 상이한 ‘반문재인’ 진영이 힘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도 “현재로선 문재인 전 대표가 유리한 게 사실”이라며 “짧은 시간 내에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등이 반문재인 진영을 하나의 정치 세력으로 엮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은 민주당 경선 판세와 관련, “헌재의 인용 결정 뒤엔 국민들은 ‘통합’ 쪽에 주목할 것”이라며 “국가의 내우외환 속에서 어떻게든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면 안 지사의 지지율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오른쪽)는 10일 헌재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인용 결정에 대해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고 말했다. [사진 김현동 기자]

◆보수층 결집 변수=보수층의 반발 강도는 전체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줄 변수다. 보수층의 결집이 자유한국당 후보의 강세로 이어진다면 결과적으로 전체 대선 구도에서 반문재인 연대의 힘을 분산시킬 수 있다. 민주당 경선에도 마찬가지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헌재의 결정에 반발하는 태극기집회가 격렬해지고 보수층이 더 결집할수록 민주당 경선에선 안희정의 통합론보다 문재인의 심판론이 더 힘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전체 유권자의 30% 정도 지지를 끌어모을 인물이 자유한국당에서 출마한다면 제3지대의 공간이 당연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한 전략통 의원은 “자유한국당을 친박당으로 격하시키고, 소속 후보의 지지율을 10%대로 묶어둘 수 있느냐가 소위 제3지대론 성공의 키를 쥐고 있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1위 문재인, 2위 자유한국당 후보, 3위 제3지대 후보의 구도가 고착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종인과 반문재인 연대의 성사=한국갤럽 허진재 이사는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가 짧은 시간에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합보다 더 어려운 ‘반문재인 연대’를 엮어낼 수 있느냐가 대선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기반을 비롯해 너무나 다른 길을 걸어온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자유한국당 일부 세력을 반문재인이라는 하나의 가치로 엮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예상했다.
 
윤희웅 센터장도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이 바른정당 등과 손을 잡으려 하면 호남에서 거부감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김 전 대표가 추진하는 연대는 개혁공동정권을 표방해야 한다”며 “김종인·안철수·유승민 등이 역할 분담을 약속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승욱·위문희 기자 ss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