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경찰 동료 60여 명과 시민 60여 명, 송해·김구라·장윤정·박현빈·이수근 등 유명인들에게 초상화를 그려 선물했다. 또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시민·경찰들을 대상으로 ‘우리 아이 초상화 그리기’ 무료 강좌를 열고 있다. 시민들의 초상화는 자신의 페이스북(www.facebook.com/miffywiz)을 통해 신청을 받는데, 그의 페이스북 친구는 5000여 명에 달한다.
최윤정 연천서 경장의 재능기부
아이 초상화 그리기 무료 강좌 열어
자녀 얼굴 그리며 부모 반성 기회로
페이스북엔 “그려 달라” 신청 밀물
최 경장은 2014년 팝아트 초상화를 독학으로 익혔다. 블로그 등 인터넷 자료를 교본으로 삼았다. 같은 경찰서 윤윤환 경장과 결혼한 그는 당시 임신을 해 육아휴직 중이었다. “친정식구는 고향인 대구에 살고, 동네 주변엔 문화생활을 할 만한 곳이 없었어요. 몸무게가 30kg이나 늘고 우울증도 찾아왔지요. 인터넷 검색을 하다 우연히 알게 된 팝아트 초상화로 생활의 활력을 되찾았어요.”
세 살난 딸을 둔 엄마인 최 경장은 2016년 5월부터 자녀의 초상화를 그리는 강좌를 열고 있다. 아이의 얼굴을 그리면서 사랑을 되새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최 경장은 “아동학대 가해자의 80%가 친부모”라고 강조했다.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마다 연천경찰서 3층 강의실에서 열리는 이 강좌엔 정원 20명을 웃도는 신청자가 몰리곤 한다. 수강생들은 4~5시간 동안 아이의 눈·코·입·속눈썹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그린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상처를 줬던 일들을 털어놓고 반성도 한다. 최 경장은 “아이의 얼굴을 그리다보면 평소 아이에게 무심코 내뱉는 말이나 행동을 돌아보게 된다”며 “그런 말들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깨닫고 반성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수강신청은 최 경장의 페이스북을 통해 누구나 할 수 있다.
최 경장은 연천 지역 행사에 유명인들이 출연한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초상화를 그려 직접 찾아간다. 경찰서에서 펼치는 캠페인 동영상에 출연을 부탁하기 위해서다. “정성을 봐서라도 거절 못하세요.”(웃음) 처음엔 동료 경찰들로부터 ‘경찰이 무슨 그림이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았다. 하지만 최 경장의 초상화는 경직된 경찰서 분위기도 바꿔 놓았다. “초상화를 전해주며 인증샷을 찍으면서 한 번 웃고, 주변 동료들이 ‘그림이 얼굴이랑 똑같네’라고 하면 한 번 더 웃어요.”
여성·청소년계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최 경장은 “팝아트 초상화를 가정과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를 상담 치유하는 데도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천=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