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에너지정보청(EIA)은 원유 생산이 올해 증가세로 돌아서 내년에는 1970년대 산유량 수준을 넘어선다고 발표했다. 미국 원유 생산은 1970년대 최대 호황기를 누렸다. EI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 미국 원유 재고(주간 단위 기준)는 S&P글로벌 플랫츠가 조사한 전문가 전망치(160만 배럴)를 훨씬 웃도는 820만9000배럴 증가한 5억2839만 배럴이다. 9주 연속 증가해 1982년 주간 원유 재고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고 수준으로 쌓였다.
원유보다 생산물량 조절 쉬워
미국 산유량 내년 사상 최대 전망
트럼프도 원유·가스 사업 부활 추진
OPEC 감산 합의에도 유가 무기력
OPEC의 감산 이행 합의와 미국 증산 소식이 정면충돌하자 원유시장도 흔들렸다. 미국 재고가 쌓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4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2.86달러(5.4%) 하락한 배럴당 50.2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일일 낙폭으로는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컸고, 원유값은 지난해 12월 15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국에서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3개월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런던 ICE 선물시장의 5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2.69달러(4.81%) 떨어진 배럴당 53.2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프랑스 최대 석유업체인 토탈을 이끄는 파트리크 푸야네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원유시장은 호재와 악재가 공존하고 있다”라며 “(원유) 재고가 줄어들지 않는 한 원유가격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8일 시카고옵션거래소의 원유 변동성지수(VIX)도 전날 26.46에서 하루 만에 31.74로 19% 가까이 뛰며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국제 원유시장의 와일드 카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침체됐던 원유·가스 사업을 부활시키고 있다. 키스톤 XL 송유관 재개와 다코타 엑세스 송유관 승인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인프라 건설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한 환경 검토·승인 과정 간소화 등도 추진하고 있다. 원유 시추 기업에 더 많은 국유지를 제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다. 미국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은 퍼미안 분지에 보유한 유전에서 셰일 원유 생산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엑손모빌은 성명을 통해 “올해 66억 달러를 주고 퍼미안 분지를 사들인 덕분에 현지 생산량을 하루 35만 배럴로 확대할 수 있게 됐으며 수십 년간 이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