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창훈은 여수 거문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입니다. 지금도 그 곳에서 살며 낚시하고, 고기 잡고, 글 쓰며 지냅니다. 서울에서 친구들이 내려오면 배를 내어 낚시하러 가는 게 가장 큰 낙이라고 합니다. 그가 거문도를 소개합니다. 1만원이면 양껏 먹을 수 있는 귀한 삼치는 끝물, 동백은 이제 활짝, 수줍은 수선화는 덤이랍니다.
정리=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봄바람 불어오기 시작한다. 어딘가 가고 싶어진다. 이 좋은 봄날 방구석에만 박혀 있는 것은 참으로 우울하니까. 최소한 봄 햇볕이라도 쬐고 싶어진다. 물론 문만 열고 나가도 햇살과 만날 수 있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런가. 먼 곳의 햇살이 더 좋을 듯하다.
속담에 ‘먼 곳 의원이 더 용하다’는 게 있다. 멀리 있는 것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가장 재미있는 영화는 아직 못 본 영화이고 가장 멋진 이성은 아직 못 만난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사실 원고 청탁을 받고 몇몇 군데 떠올려보았다. 북서쪽 서해 강화도부터 남동쪽 부산이나 대마도까지. 그런데 내가 사는 곳은 남쪽 바다 거문도다. 여행사 광고란 한 구석에 늘 들어가 있는 ‘거문도 백도’의 그 거문도. 그러니 뭐 한다고 다른 곳을 추천한단 말인가. 거문도로 오시라.
[작가 추천 여행지 ②] 소설가 한창훈
차비가 좀 드는 먼 곳, 파도가 있다
1만 원에 한 바구니인 삼치도 있다
수선화까지 피었으니...후회는 없다
사전에 일기예보를 꼭 확인해야 한다. 배는 버스와 기차와 다르다. 날 안 좋으면 안 뜬다. 보통 파고 2~4m면 풍랑주의보이다. 바람은 초속 16m. 하지만 그 아래라도 배가 안뜨기도 한다. 최대 파고 2.5m만 되면 통제할 수 있다는 선박안전법을 근거로 해운조합 운항관리실에서 통제하기도 한다. 문제는 충분히 배가 갈 수 있는 상황일 때가 많다는 것. 안전을 내세우지만 주민들 보기에는 그곳 직원들 보신주의이다. 아무튼 감안하시길.
나로도·손죽도·초도 거치고 나면 거문도다. 3월이면 마지막 동백꽃을 볼 수 있다. 길마다 융단을 깐 듯 붉다. 꽃이 다 떨어졌다고 아쉬워 할 것은 없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우리는 그 사람 나이를 정하지 못한다. 아이를 만나기도 하고 청년, 중년을 만나기도 하고 노년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사람을 더 젊었을 때 만났다면 좋았을 걸, 하는 경우는 평생 한 두 번이다. 대부분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여행에서 시기가 그렇다. 매 시기마다 아쉬운 게 있고 다행인 게 있다. 이 시기 거문도라면 말한 대로 지천에 널려있는 동백꽃을 볼 수 있고 그리고 삼치회가 끝물이다. 잘하면 맛볼 수 있다.
한창훈(소설가)
작가 약력
1963년 전남 여수 거문도 출생
1992년 단편소설 『닻』으로 등단
소설집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장편 소설 『홍합』『열여섯의 섬』산문집 『한창훈의 향연』『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등. 현재도 거문도에서 고기 잡고 글 쓰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