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2010년대 들어 항상 우승후보로 꼽혔다. 세터 한선수 외에도 김학민·신영수·곽승석·정지석 등 전현 국가대표 날개공격수를 4명이나 보유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결과는 늘 기대에 못 미쳤다. 2010~11시즌부터 세 시즌 내리 챔프전에 나섰지만 삼성화재를 넘지 못했다. 최근 세 시즌은 3-4-4위에 그쳤다. “대한항공은 큰 경기에 약하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주장 한선수는 “우승후보란 말을 많이 들었지만 늘 결과가 좋지 않아 선수들에게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였다. 올해는 일부러 우승의 ‘우’자도 입밖에 내지 않고,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했다. 우리끼리도 ‘내려놓자’는 말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 리그 우승 이끈 한선수
“세터는 공격수들 기 살리는 역할”
감독이 신임 해줘 고집대로 경기
“챔프전에서 30년 무관 한 풀겠다”
한선수는 ‘고집쟁이’다. 자신의 토스가 먹히지 않으면 같은 선수에게 두 번 세 번 토스를 올린다. 공격수의 기를 살리기 위해서다. 팬들은 독단적인 플레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한선수는 “고집이 센 건 사실이지만 막무가내는 아니다. 세터는 공격수를 살려야 한다. 코트 안에서 뛰는 건 결국 선수이기 때문이다”고 항변했다. 올 시즌 직전 부임한 박기원 감독도 비슷한 생각이다. 박 감독은 “한선수는 국내 최고세터다. 전술적인 대화는 경기 전에 이미 다 끝낸다. 경기 중 상황 판단은 세터의 몫”이라고 거들었다.
2007년 대한항공에 입단했으니 벌써 프로 10년차. 다시 찾아온 첫 우승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는 “우승이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내는 것조차 아직은 조심스럽다. 정규리그에 해왔던 것처럼 같은 마음가짐으로 챔프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