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정자는 ‘소녀 가장’이었다. 아버지를 어린 시절 여의고 의류 노점상을 하는 새아버지와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대법원 관계자는 “학창 시절에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한 말 그대로 ‘흙수저’였지만 좌절하지 않고 학업에 정진했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서울 숭의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고, 31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이정미 후임 지명된 이선애
사법시험 수석, 12년간 판사
변호사 된 뒤에도 인권활동
“여성·아동 사회약자 지킬 것”
실제로 이 내정자는 법무부 차별금지법 특별분과위원회 위원(2010년), 대한변호사협회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위원회 위원 등 공적 영역에 꾸준히 참여했다. 현재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와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도 맡고 있다. 특히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와 아동권리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면서 인권 침해 정책을 개선하는 데 힘을 보탠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치 성향은 중도 보수에 가깝다는 게 주변의 시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활동 때문에 진보 성향으로 여겨질 때도 많다고 한다.
이 내정자와 같은 법무법인에서 근무하는 한 변호사는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도 가사와 육아도 놓치지 않으려고 툭하면 밤을 새워 일을 했다. 주변에서 똑순이라고 불린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슬하에 대학생과 고등학생 딸 둘을 두고 있다. 남편은 김현룡(52)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다.
지명 소식이 전해진 이날 이 내정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을 수호하고 우리 사회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보태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이날 지명은 전임자의 퇴임 한 달 전쯤 이뤄지는 통상의 지명 절차보다 다소 늦어졌다. 박근혜 탄핵심판 사건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양 대법원장이 신중을 기했기 때문이다.
후임자가 지명됐지만 헌재 재판부는 이정미 권한대행 퇴임 이후 당분간 ‘7인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이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와 공식 임명까지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는 대법원장의 내정 지명일로부터 2주 뒤쯤 열린다. 공식 임명은 청문회 1주일 뒤쯤 대통령이 하게 되는데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 선고에 따라 박 대통령(기각 시)이 할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인용 시)이 하게 될지가 정해진다.
윤호진·김선미 기자 yoong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