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2차 토론회
안희정 협공하던 문재인·이재명
“이, 불안정”“문, 친재벌” 신경전도
◆문재인 “사드 일방 취소 쉽지 않다”=사드 배치를 두고 이 시장이 "부당한 요구는 거절해야 한다”며 강수를 꺼내 든 반면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신중론’으로 맞섰다. 문 전 대표가 이 시장에게 “이미 한·미 간에 합의된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철회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시장은 “사드는 한반도 안보가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정말 사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받았다. 그러자 문 전 대표는 “한·미 동맹도 중요하다. 한·미 간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일방 취소하기는 쉽지 않다”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런 게 외교”라고 답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사드의) 국회 비준과 재검토를 통해 내부적 국론화가 필요하다”는 종전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등 한층 중도적 입장을 보였다.
안 지사도 “국민 5000만 명의 이익과 안전을 위해 침묵할 때는 해야 한다”며 “한·미 동맹과 사드 배치를 중국 봉쇄정책이라고 하면 (한국 측의) ‘레버리지(영향력)’가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의 답변 시간이 초과되자 안 지사는 “굉장히 중요한 쟁점이라 제 시간을 드린다”면서 논쟁을 키우기도 했다.
◆문재인·이재명 신경전=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은 서로를 ‘불안정’ ‘친재벌 후보’ 등으로 빗대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이 시장이 상호토론에서 “정치 지도자에게 가장 큰 덕목은 안정감”이라고 지적하자, 문 전 대표는 “이 시장이 안정감을 이야기하는 것이 뜻밖이다”라고 비꼬았다.
이에 이 시장은 “대기업 준조세 금지법을 만들어 ‘기업을 권력 횡포에서 벗어나게 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기억하느냐”고 묻자 문 전 대표는 “지난번에 이미 한 이야기”라고 언성을 높이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후 이 시장은 “A를 물으면 B로 답변하지 말라”거나 “누가 친재벌 후보고, 친서민 후보인지 판단해 달라”며 문 전 대표에 대한 공세를 이어 갔다.
두 사람의 신경전이 가열되자 안 지사는 “동지에 대한 예의를 서로 지키자. 기본까지 불신하는 언사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안 지사는 사드 관련 토론에서도 “국민 상당수는 북핵과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를 위험하다고 본다”며 “이 토론이 진보 진영과 민주당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불신을 갖고 있는 국민들도 안아야 된다”고 ‘사회자’ 같은 면모를 보여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날 토론에선 사회자의 진행이 매끄럽지 않아 시간이 지연되거나 전화 연결이 원활치 않는 일도 발생했다.
유성운·위문희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