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히든 프로듀서 [1] JYP 이우민
지난달 20일 발표된 트와이스의 신곡 ‘낙낙(Knock Knock)’은 보름째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작곡가 그룹 블랙아이드필승과 함께 선보인 데뷔곡 ‘우아하게’부터 ‘치어 업’ ‘TT’에 이르는 3연속 홈런에 이어 릴레이 히트를 친 이는 JYP 인하우스(내부) 작곡가 이우민(32)씨. JYP퍼블리싱 작곡가 오디션 출신으로 그간 G.Soul 데뷔 앨범 ‘커밍 홈’과 핫펠트(예은)의 미니 앨범 ‘미?’ 등을 공동 프로듀싱하며 실력을 쌓아왔다. 블랙아이드필승보다 인지도는 낮은 신예지만 “선이 분명해서 찌르고 들어오는 강렬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곡을 잘 쓴다”(‘아이돌로지’ 미묘 편집장)는 평처럼, 그간 다양한 장르가 믹스된 컬러팝 곡으로 사랑받아온 트와이스에게 꼭 맞으면서도 베이스가 보다 탄탄한 곡을 선사했다.
어릴 때 미국 와 친구들과 말 안 통해
기타만 치다 밴드·작곡까지 하게 돼
록·하드코어 등 장르 오가는 잡식성
뉴욕서 면접 보고 계약, 신기했다
- ‘낙낙’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 곡이다. ‘TT’ 뮤직비디오 끝부분에 인트로가 삽입됐으니 그 전에 쓰여진 셈이다. 회사 제안으로 2015년 말에 호주와 일본에서 열린 송 라이팅 캠프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 때 만난 마유 작가와 호흡이 잘 맞아 일본과 미국에서 e메일을 주고 받으며 작업을 진행했다.”
- JYP 내부 심사가 굉장히 까다롭다고 하던데.
- “어떤 느낌의 곡을 구한다는 공지를 받으면 작업을 해서 회사에 전달한다. 이를테면 지금 진행 중인 오디션 과제는 ‘트와이스와 GOT7 타이틀곡이 될 수 있는 장르로 각 1곡씩 제출’이다. 곡을 보내면 모니터링과 회의 후에 결정되는데 며칠 내에 답변이 없으면 까인 걸로 간주한다. 다행히 이번 곡은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다.”
- 작곡은 언제 시작했는지.
- “어릴 때 가족들과 함께 미국에 와서 말이 잘 안 통했다. 학교에 한국 친구도 별로 없어서 심심했다. 학교 가고 잠자는 시간을 빼곤 기타만 쳤던 것 같다. 그러다 밴드를 하게 됐고, 자연스레 곡도 쓰게 됐다. 음악을 제대로 하고 싶은 맘에 1년 넘게 매일 같이 곡을 쓰다 작곡가 오디션을 보게 됐다. 뉴욕에서 진영이형을 만나 면접을 보고 계약했는데 정말 신기했다.”
- 인하우스 작곡가의 장점은.
- “내부 작곡가들끼리 분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게 가장 큰 강점인 것 같다. 서로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맡아 작업하면 효율성도 높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홍지상 작곡가와 밴드 DAY6 곡 작업을 많이 한다. 인하우스 작곡가라 외부 작업에 제한이 없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JYP는 오히려 권장하는 편이다.”
- 해외 활동도 많이 하나.
- “송 캠프에 참가한 게 큰 도움이 됐다. 호주에서 록 밴드 마스케타 폴(Masketta Fall)을 만나 ‘골든(Golden)’을 같이 작업했는데 지난해 앨범 타이틀 곡이 됐다. 그 때 쓴 ‘테이크 미 데어(Take Me There)’는 넷플릭스 드라마 ‘블러드라인’에 삽입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차세대 작곡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뭘까. 이우민 작곡가는 “G.Soul과 작업 당시 서로 좋아하는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방향성을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제가 좋아하는 하우스 음악과 그의 R&B 감성이 잘 어우러져 ‘커밍 홈’ 같은 곡이 탄생할 수 있었다”며 “록·하드코어·팝 등 장르 구분없이 잡식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조언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