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의 질’ 2000년 이후 가장 나빠
총 당기순익 3조, 2년 연속 감소세
특수 은행 충당금 적립이 주원인
자산관리서비스 역량 확대 등
비이자 부문서 새 수익원 찾아야
반면 시중은행(지방은행 제외)은 지난해 5조5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전년보다 1조3000억원(32.5%) 증가했다.
실제 NIM은 2010년 2.32%를 찍은 후 매년 하락하면서 지난해 전년(1.58%)보다 0.03%포인트 낮은 1.55%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전체 이자이익이 늘어난 건 운용자산(평균 잔액 기준)이 2015년 1827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1934조4000억원으로 106조9000억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곧, 지난해 은행들은 ‘박리다매’ 전략을 썼다. 마진을 적게 먹더라도 회수가 손쉬운 주택담보대출을 늘려 돈을 벌었다. 지난해 말 가계대출 규모는 1300조원을 넘어섰다.
굴리는 돈의 덩치는 커졌는데 마진은 적으니 효율성은 떨어진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총자산이익률(ROA)은 전년보다 0.08%포인트 하락한 0.13%를 기록했다. ROA는 은행이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는지를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다. ROA가 0.13%라는 건 은행이 자산 1000원을 굴려 연간 1.3원을 벌었다는 의미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1.65%를 기록, 2015년보다 0.93%포인트 떨어졌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내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ROA와 ROE 모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돈을 까먹으면서 장사한 특수은행을 빼면 그나마 사정이 낫긴 하다. 일반은행의 ROA와 ROE는 각각 0.45%, 5.88%로 전년 대비 0.08%포인트, 0.99%포인트 상승했다. 그렇지만, 해외 은행과 비교해서는 형편없다. 미국(1.5%), 호주(1.2%), 캐나다(1.1%) 등의 ROA가 3배가량 더 높다.
국내은행이 장사를 잘 못하는 건 수익의 대부분을 이자 부문에서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34조5000억원에 달했지만, 수수료·투자수입 등 비이자 이익은 전년보다 1조1000억원이 줄어든 4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이익의 87.5%가 이자이익에서 나왔다.
수익구조 다변화는 은행들이 늘 강조하는 효율성 개선책이다. 비이자 부문 수익 확대를 위해 은행들이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수수료 인상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송금·예금·자동화기기(ATM)·외환거래 등 수수료를 일제히 올렸다. 외국계인 씨티은행은 계좌유지 수수료까지 도입했다. 또, 비용 절감을 위해 은행 지점을 통폐합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분기 말 5935개였던 6대 은행의 영업지점 수는 지난달 말 5493개로 약 4년 새 442개가 줄었다.
그러나 ‘은행=공공기관’이라는 인식 탓에 수수료를 올리기 쉽지 않다. 영업점 축소에 나서면서 은행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기능을 못 해낸다는 비판을 받는다.
때문에 수수료 수입 확대를 위해선 단순 업무 대행 수수료를 올리는 게 아니라 자산 관리 역량을 강화해 자산관리서비스를 통한 수수료 수입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투자에도 지금보다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부에서는 파생상품이나 유가증권 운용에 지나치게 많은 자금을 투입할 경우, 또는 시장 변동에 영향을 받기마련인 방카슈랑스나 펀드 판매를 강화하면 수익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현재 비이자이익 비중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