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
내과 의사 승훈(조진웅)은 경기도 한 신도시의 선배 개인 병원에 취직한다. 승훈은 자신이 세든 원룸 1층에 정육 식당을 운영하는 성근(김대명)·정노인(신구) 부자를 만난다. 수면내시경 검사 중 살인 고백을 내뱉은 정노인을 보고 승훈은 의심과 공포감에 휩싸인다.
★★ 한때 미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났던 곳, 여기 흘러든 의사. '해빙'은 이야기 요소만 봐도 서스펜스가 기대되는 스릴러다. 많은 이가 예상하듯 반전도 있다. 이런 스릴러의 성패는 반전이 나타나기 전까지 어떤 서사를 선보였느냐에 있다. 반전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을수록, 쾌감은 커지기 마련이니까.
'해빙' 리뷰
하지만 후반부 급격히 펼쳐지는 반전은 이 많은 퍼즐 조각을 효과적으로 주워 담지 못한다. 어디까지가 승훈의 꿈이고 현실인지 모호하게 처리한 이유가 짐작은 되지만, 명쾌하다는 인상은 주지 못한다. 영화를 모두 보면, 앞부분에 등장한 몇몇 장면은 보는 이의 신경을 곤두세우기 위해 쓰인 듯해 좀 허탈하기도 하다. ‘해빙’은 한국 사회의 암울한 현실과 반전 스릴러의 묘가 가장 큰 동력으로 삼았던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둘 다 크게 부각되진 않는다. 산재한 퍼즐 조각 중 몇 개는 덜어 더 정교한 그림을 만들었다면 낫지 않았을까.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