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고 안타깝다. 98주년을 맞는 이번 3·1절엔 올 들어 가장 많은 인파가 쏟아져 나와 탄핵 찬반 맞불 집회를 열 것임이 예고돼 있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임박하면서 양측이 막판 총력전에 나선 것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박 대통령이 집회 전날 박사모에 편지를 보내고, 그 사실을 공개한 건 탄핵반대 세력을 통해 헌재를 압박하려는 은근한 ‘선동’이나 다름없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 농단 혐의를 규명하기 위한 검찰과 특검, 헌재의 출두 요청을 모두 거부했다. 대신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와 보수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방적으로 무죄를 주장하더니 급기야 지지층에게 “집회에 많이 나가 잘 막아 달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메시지를 보내기에 이르렀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법질서를 강조하고 법조인을 중용해온 박 대통령이 아니던가.
박 대통령은 나라가 두 동강 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지층의 행동을 부추긴다 해도 헌재의 탄핵 결정을 늦추거나 향배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오히려 헌재의 반발 심리를 자극해 대통령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만 커진다. 본인의 무책임한 언동으로 나라가 파국으로 치닫는 건 박 대통령 자신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이제라도 흥분한 지지층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동성 발언 대신 자제를 호소하며 헌재의 결정을 차분하게 기다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