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직은 졸업식을 챙기는 집이 많은 듯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요즘 거의 날마다 학사모를 쓴 자녀와 나란히 서서 활짝 웃는 지인들의 사진이 올라온다. 부록으로 톡톡 튀는 현수막 사진 한두 장을 첨부하는 이도 적지 않다. 그 내용이 웃기면서도 슬프다. ‘권모 24세 무직, 장모 25세 무직. 졸업을 축하합니다’ ‘6년밖에 안 걸렸어요’ ‘학교 밖은 위험해’라고 취업난을 풍자한다. ‘포켓몬 고’를 패러디한 ‘정규직 GO!’도 있다. ‘취업했다고 다 끝난 것 같지? 이제 시작이야 ’ ‘어제는 학점의 노예, 내일은 월급의 노예’도 같은 맥락이다. ‘우병우처럼만 되지 말자’는 문구 앞에선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축하의 장이 되어야 할 졸업식이 이렇게 된 건 나를 포함한 기성세대의 잘못이다. 경제가 쑥쑥 성장하고, 졸업장만으로 대충 취업했던 20세기 경험에 매몰돼 21세기 현실을 바로 보지 못했다. “우리의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고 비판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해 광복절 기념사가 대표적이다. 탈출구 없는 답답한 청춘들에게 기성세대는 그저 “수저 타령하지 말고 ‘노오~력’하라”는 채근을 반복했을 뿐이다.
지난달 취업준비생은 60만9000명에 이른다. 1년 전보다 4만 명 넘게 늘었다. 사상 최악의 취업 빙하기가 뻔히 예상된다. 기성세대가 뒤늦게 반성한다고 상황이 당장 개선되지도 않을 것이다. 믿을 건 청년의 특권인 희망뿐이다. 암울한 현실을 풍자와 위트로 풀어내는 이들의 모습에서 그나마 대한민국의 미래를 본다. 세상을 바꾸는 건 항상 청년의 목소리와 행동이었다. “난 늘 응원해,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수고했어 오늘도.”(옥상달빛 ‘수고했어 오늘도’)
나현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