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무해하니 들어보시오’ 하고 출사표를 던지는 듯한 이들은 음악을 담당하는 김건재(드럼), 구경모(베이스), 김한주(신시사이저ㆍ보컬), 김민수(기타ㆍ보컬), 최웅희(기타)와 영상을 맡은 VJ 이대희ㆍ김민영이 모인 7인조 밴드다. 연주 파트의 5인이 모두 곡을 만들고, 미디어 아트로 무대를 꾸미는 2인의 영상파트가 한 팀을 이뤘다.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독특한 사운드에 영상과 공연으로 음악을 완성하는 새로움으로 무장한 밴드다. EBS 신인 발굴 프로젝트 ‘2016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 신인 뮤지션 지원 프로젝트 ‘2016 K-루키즈 파이널 콘서트’ 우승까지 섭렵하며 ‘슈퍼 루키’로서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네이버 온스테이지 무대에서 '시스터'를 부르는 실리카겔. 바닥에 비치는 영상을 음악과 함께 즐길 수 있다.
그 결과 이들의 독특한 음악 세계는 소리와 이미지로 함께 구현됐다. ‘강은 말라 비틀었다/ 모두 들어라/ 내 아이들아’ 같은 주술적 느낌이 나는 곡 ‘시스터’는 지난해 8월 인천 운염도에서 열린 네이버 온스테이지 라이브 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준설토 투기로 생겨난 쩍쩍 갈라진 땅을 캔버스 삼아 쏟아지는 오색찬란한 물결 레이저를 보다 보면 금방이라도 우주 어딘가로 날아가 유영을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VJ 이대희는 “어차피 이 아이들이 쓴 곡은 계속 들어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끈적거림이나 거칠함 등 사운드에서 느껴지는 질감을 반영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팀 내 유일한 여성 멤버인 김민영은 감성적인 터치가 강점. 1집 타이틀곡 ‘9’에서 멤버들 얼굴을 본딴 캐리커처가 둥둥 떠다니는 영상이 그의 작품이다.
도대체 이 정체불명의 매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누가 가장 B급 감성이냐”고 물으니 “다같이 똥통에 빠졌는데 누가 더 냄새나냐 수준으로 우위가 없다”(최웅희)는 대답이 돌아왔다. 게임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김건재는 “롤플레잉 게임을 하다보면 현실에서 볼 수 없는 풍광이 많이 나온다”며 “범선에 작살이 다닥다닥 꽂히자 그물처럼 변하는 모습을 보고 ‘달그물’이란 단어에 꽂혀 ‘눈동자’란 곡을 쓰는 식"이라고 말했다.
보고 듣는 즐거움 동시에 만족시키는 루키 실리카겔
음악과 영상 함께 선보이며 인디 밴드 진화 보여줘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 이어 'K-루키즈 파이널' 우승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