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떠도는 급조폭발물(IED) 제조법 그대로 폭발장치에 휴대폰을 붙여놓고 원거리에서 그 휴대폰으로 전화(진동)를 걸어 폭발시킬 수 있다. 2013년 4월 미국 보스턴마라톤 대회에서 일어난 테러 참사도 압력솥 안에 장약을 넣고 디지털시계를 이용해 만든 뇌관을 뚜껑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급조폭발물에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원격조종 장난감 비행기나 헬리콥터를 동원하면 차원이 달라진다. 테러리스트가 장난감 비행기에 사제폭탄을 탑재하고 자동항법장치(GPS) 기능을 추가한다면, 장난감이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로 둔갑하게 된다.
그는 직접 워싱턴으로 가서 목표물을 둘러보고 지도상 공격지점을 확인했다. 미 해군 팬텀전투기를 10분의 1크기로 줄인 무인항공기(드론) 세 대를 구입해 미래 정해둔 비행경로로 날아가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떨어지도록 설정했다. 드론에 고성능 플라스틱 폭탄을 탑재하고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기폭장치도 고안해냈다.
폭탄을 장착한 여러 대의 드론이 레이더망을 피해 시속 16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 사람들이 미처 대피할 겨를도 없이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었지만, 다행히 연방수사국(FBI)의 함정수사에 걸려 실행되지 못했다. 오늘날 군사적 목적으로 드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듯이 테러리스트 역시 자유자재로 드론을 테러에 사용할 수 있다.
드론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무장테러집단이 살상 공격이나 감시를 위해 그들만의 드론을 제작하는 기술에 접근할 수 있고, 자생적 테러리스트는 가게에서 저렴하게 구입하거나 3D 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다. 우리는 머지않아 인명살상 결정을 내리는 무인시스템이 등장하고 이와 동시에 날아다니는 로봇을 해킹하는 치명적인 파괴를 경험할 것이다.
손영동 고려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