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암살에 연루된 북한 국적의 남성은 모두 7명이다. 체포된 이정철(47)과 암살 당일 도주한 4명(홍송학·오종길·이재남·이지현), 말레이시아에 남아 있는 현광성·김욱일 등이다. 경찰 측은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이지우의 사진을 공개하며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말레이시아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현광성과 김욱일은 이미 북한대사관에 은신 중이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 “북측에 조사 협조 요청”
“고려항공 직원도 암살 가담” 지목
고려항공 사무실 가보니 텅 비어
관리업체 “직원들 17일까진 출근”
그날 이정철 잡히자 급히 짐 싼 듯
이날 경찰 발표로 김정남 암살과 북한의 연결고리가 명확해졌지만 수사 전망은 밝지 않다. 북한의 수사 협조 가능성이 없는 데다 현광성이 북한대사관에 은신했다면 강제로 수사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외교관 신분을 내세워 면책특권을 주장할 가능성도 크다.
경찰 “김한솔 말레이시아 온다면 안전 보장”
바카르 청장은 김정남 시신 인도와 관련, “아직까지 유가족 누구로부터도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의 입국설에 대해서는 "루머일 뿐”이라면서도 “그가 말레이시아에 온다면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발표 직후 찾은 고려항공 쿠알라룸푸르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시내 중심가에서 5분 거리인 잘란 암팡 구역에 위치한 메나라 사푸안 빌딩 20층이다. 항공·건설사 등 20여 개 업체가 칸막이로 나뉜 채 공용으로 쓰는 공간이었다. 기자의 출입을 제지하는 외국 항공사 직원에게 “고려항공이 여기 있느냐”고 묻자 “맞다”며 “직원들이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곳을 관리하는 업체 ‘하이스카이’에 문의하자 “(고려항공 직원들은) 지난 금요일(17일)까지 나왔다. 다른 사무실을 구했다며 떠났는데 어딘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17일은 김정남 암살사건의 용의자로 북한 국적 이정철이 체포된 날이다. 이정철이 체포되자 꼬리가 밟힐 것을 우려한 고려항공 측이 급히 짐을 쌌을 거란 추측이 가능하다.
고려항공은 2011년 말레이시아에 취항했다.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로 2014년 들어 평양~쿠알라룸푸르 노선은 운항이 중단됐다. 하이스카이 측 설명대로라면 운항 중단에도 불구하고 고려항공 직원들은 17일까지 이곳에서 ‘모종의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는 얘기다. 이곳에서 도보 10분 거리의 위즈마 파라다이스 빌딩에는 ‘고려항공매니지먼트’라는 업체가 입주해 있다가 지난해 11월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경진·김준영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