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의류제조업체 대표
직원 26명 중 10명이 장애인
오래 지켜보며 관심 기울여
맞는 일 찾아주면 능력 발휘
직원 26명 중 10명이 장애인
오래 지켜보며 관심 기울여
맞는 일 찾아주면 능력 발휘
발달장애인 김준성(26ㆍ가명)씨는 한때 수전증이 심했다. 특수학교 졸업 뒤 음식점ㆍ카페에 취업했으나 두 달 이상 일한 곳이 없었다. 손이 떨려 접시를 닦고 잔을 옮기는 게 힘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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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박 대표가 세운 세진플러스의 직원은 모두 26명. 봉제기술자, 관리직 사원을 제외한 10명이 발달장애 등을 지니고 있다. 충남 강경에서 태어난 박 대표는 초등학교 졸업 후 대구의 봉제공장에 취업했다. 가난 탓에 학업을 중단하고 봉제기술을 배운 그는 서울로 상경해 평화시장에서 일하다가 25세 무렵 자신의 봉제공장을 차렸다.
그의 인생을 바꾼 건 지적장애를 안고 태어난 둘째 딸 세진(20)씨다. 2000년대 중반 박 대표는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사업을 접었다. 각종 복지시설에서 다양한 봉사활동도 벌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새 길을 걷기로 했다. “딸과 같은 장애인도 일할 수 있는 맞춤형 일터를 만들자”는 결심 때문이었다.
7년째 딸의 이름을 딴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박 대표는 장애인이 직장에 정착하려면 ‘기다리고 지켜보는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직원을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도 불렀다. “제가 화를 내면 화를 내고, 제가 차분히 말하면 이해하려 노력하죠. 화내고 꾸중할 게 아니라 자신감을 북돋워 줘야 해요.”
박 대표는 지난해 ‘플러스넬’이라 이름 붙인 친환경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더 많은 장애인을 채용하려면 의류업만으로는 어렵다는 판단 때문에 추진했다. 버려지는 섬유 조각을 모아 튼튼한 소재로 재가공하는 그의 기술에 영국 케임브리지대 산업지속가능성센터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박 대표는 “의류업·친환경산업으로 장애인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나아가 작업장과 문화예술학교를 함께 갖춘 공동체를 세우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글=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