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치는 사건의 성격에 대한 결정적인 전환점이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이번 사건을 북한인이 연루된 살인사건에서 더 나아가 북한 정권에 의한 ‘국가범죄’로 의심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현직 외교관과 국영항공사 직원이 암살에 개입하고 그 배후가 북한 정권임이 확인되면 외교적 입지는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북한은 면책특권을 지닌 외교관들의 지위를 악용해 불법 무기 거래나 영리활동 등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부터 재외공관 직원 수를 축소하라는 제재를 받고 있다. 여기에 현직 외교관을 동원해 암살까지 벌인 것으로 확인된다면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기피국가가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외교적·경제적 고립이 가중되는 것도 당연한 귀결이다. 특히 북한은 물론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돈줄인 석탄을 수입하지 않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북한에 석유 수출도 하지 말라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빗발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을 신의로 대했던 말레이시아의 실망과 배신감도 극에 이를 것이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날 새로 공개한 혐의자 2명과 이미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진 4명을 포함한 북한 국적 용의자들에 대한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이는 진실을 밝히기 위한 당연한 조치다. 북한이 강철 주말레이시아 대사를 통해 밝혀 온 것처럼 그렇게 떳떳하다면 협조 요청에 응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지 않다면 더욱 진창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