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서 사회1부 기자
국정 역사 교과서 정책을 총괄하는 금용한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작심한 듯 국정화 반대세력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날 교육부는 올해 국정 역사 교과서를 사용할 연구학교가 전국에서 경북 문명고 한 곳뿐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학교도 학생·학부모의 반발이 심해 철회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때문에 교육부로서는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계획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발표하는 ‘뼈아픈’ 자리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육부는 희망하는 학교에 국정교과서를 보조교재나 도서관 도서로 사용할 수 있게 배부하겠다고 했다. 44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국정교과서가 교과서의 지위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사실 국정 역사 교과서는 시작부터 험난한 길이 예고됐다. 국정화가 세계적 추세에 어긋나는 데다 진보 진영의 반발도 거셀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반대 진영에 대한 설득과 공감대 형성 노력은 거의 하지 않은 채 국정교과서 편찬작업만 밀어붙였다. 그리고 그 뒤 나온 교과서도 오류투성이였다. 760개의 오류를 수정한 ‘최종본’에서도 오류가 속출해 또 다른 ‘최종본’을 만들어야 한다는 비판까지 들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일반 국민의 신뢰까지 잃어버렸다. 신뢰를 잃은 교과서가 설 곳은 없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그럼에도 교육부가 이들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건 어불성설이다. 누구보다 교육 현장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정책을 정교하게 추진해야 하는 책임은 바로 교육부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남탓만 계속하다가는 그나마 남은 신뢰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자신들의 잘못이 무엇이었는지 뼈아픈 반성이 요구된다.
남윤서 사회1부 기자